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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눈눈 + 겨울봄

[딕브루] 눈눈 + 겨울봄 판타지au입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숲은 차가웠다. 한 겹, 한 겹 눈이 아이의 주변을 온통 하얗게 덮었다. 몰아치는 바람이 귀 옆을 지나갔다. 겨울은 씨앗과 같단다. 꽁꽁 싸맨 몸으로도 춥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를 보며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부모님이 해준 말이었다. 부모님을 삼켜버린 매서운 땅에도 새순이 돋을까? 더 단단한 봄이 찾아올까? 아이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싹이 트는 소리를 상상한다. 아이의 머릿속에는 긴 어둠이 남았다. 눈꽃이 소복하게 피어난 마른 가지들 너머에 얼음에서 돋아났다는 성이 있다. 주인보다도 나이가 많고, 그가 눈을 감은 뒤에도 숲의 고목으로써 제자리를 지킬 과묵한 구조물이었다. 살결을 벨 듯한 바람이 사시사철로 성의 주변을 에워싸고 성벽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가 투명하게 얼어.. 더보기
[딕브루] 겨울이 품은 봄 딕브루) 눈에 눈이 박히다에서 이어집니다 http://sowhat42.tistory.com/65 "나 나가요." 짐은 꾸려져서 이미 준비된 지 오래다. 벌써 이야기는 세 달 전에 끝이 났지만 딕은 오늘의 새삼스러운 일인 양 말을 꺼냈다. 남자는 무엇을 하는지 그저 등만 보인 채 답이 없었다. 대신, 끼이- 딕이 닫고 들어온 문이 조심히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 기척에 딕은 뒤를 돌아보았고, 하, 가볍고 날카로운 웃음을 뱉었다. "하긴. 난 여기 필요 없잖아요?" 그렇죠? 브루스. 뱀의 발인지를 알면서도 딕은 기어코 모난 소리를 덧붙이고 만다. 브루스는 끝내 한마디의 말도 돌려주지 않았다. 원망도, 후련함도, 슬픔도, 격려도 그 어떤 것도 브루스는 표하지 않고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딕은 애꿎은 입술만 질.. 더보기
[딕브루] 눈에 눈이 박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숲은 차가웠다. 한 겹, 한 겹 눈이 아이의 주변을 온통 하얗게 덮었다. 몰아치는 바람이 귀 옆을 지나갔다. 겨울은 씨앗과 같단다. 꽁꽁 싸맨 몸으로도 춥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를 보며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부모님이 해준 말이었다. 부모님을 삼켜버린 매서운 땅에도 새순이 돋을까? 더 단단한 봄이 찾아올까? 아이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싹이 트는 소리를 상상한다. 아이의 머릿속에는 긴 어둠이 남았다. 눈꽃이 소복하게 피어난 마른 가지들 너머에 얼음에서 돋아났다는 성이 있다. 주인보다도 나이가 많고, 그가 눈을 감은 뒤에도 숲의 고목으로써 제자리를 지킬 과묵한 구조물이었다. 살결을 벨 듯한 바람이 사시사철로 성의 주변을 에워싸고 성벽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가 투명하게 얼어서 조각조각 부서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