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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다크나이트를 위한 머핀

[숲뱃] 다크나이트를 위한 머핀(수정+재업) "먹으면 행복해져요!" 어둑한 골목에서 아이가 밝게 말했다. 건물의 그림자 속에서 가늘게 눈을 뜨고 있는 배트맨에게로 아이는 주저 없이 손을 뻗었다. 그 손에는 아이의 주먹보다 조금 더 큰 머핀이 들려있었다. 배트맨은 아무 말 없이 아이의 손끝을 바라만 보았다. 여느 때처럼 패트롤을 돌던 중, 브루스는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저가의 주택단지 골목 벽에 노란빛이 떠오른 것을 보았다. 작고 동그란 빛 한가운데에는 매직으로 칠해 중간 중간 빛이 스미어 나오는 박쥐 모양이 들어 있었다. 요즘에 와서는 이런 형태의 배트시그널을 본 적이 없었던 터라 그리운 느낌마저 들었다. 브루스는 그 소박한 신호를 따라 이동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불빛의 끝에서 만난 것이 바로 지금 눈앞에 서있는 아이였다. 아이는 제가 배트맨.. 더보기
[숲뱃] 다크나이트를 위한 머핀 (4/4) 클락은 브루스 대신 시계바늘을 돌려 동굴로 향하는 입구를 열었다. 브루스는 그것을 쳐다도 보지 않고 먼저 케이브를 향해 내려갔다. 브루스의 뒷모습이 동굴의 어둠 속으로 점점 잠기는 것을 클락은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켠 후 그 그림자를 따라갔다. 브루스는 손짓으로 클락에게 배트맨 복장을 가리켰고 클락도 별 말 없이 그의 지시에 따라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는 동안 브루스는 작업대 앞에서 달그락하는 작은 소음을 내며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말 한마디 오가지 않았다. 클락은 배트맨의 카울을 손에 쥐어보았다. 박쥐를 본 뜬 그 가면에는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혀있었다. 클락은 그 주름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려보았다. 하, 하고 짧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런 클락의 앞으로 어느 새 .. 더보기
[숲뱃] 다크나이트를 위한 머핀 (3/4) 네, 아버지. 저는— 서늘한 온도를 띤 햇볕에 브루스는 눈을 떴다. 열리는 눈꺼풀 사이로 스며든 빛줄기에 머릿속에 자리하던 자신의 목소리는 형체가 허물어졌다. 아버지, 꿈속에서 아버지를 볼 수 있었나? 얼른 그 기억의 끝을 잡아보려 했지만 흐르는 바람을 움켜쥐듯 손아귀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기억의 빈 공간만큼 가벼워진 머리에는 그저 새로운 하루의 광경만이 또렷했다. 채 데워지지 못한 아침 공기가 코끝을 스쳐 지났다. 막 일어난 몸은 가벼운 추위를 느낄 테지만 브루스를 감싸듯 둘러진 단단한 팔 덕분에 브루스는 안전한 온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브루스는 슬쩍 옆을 돌아 잠 속에 빠져있는 클락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생리적으로 크립토니안인 그에게 이런 행동은 큰 의미가 없을 테지만 그는 습관적으로 잠이 들.. 더보기
[숲뱃] 다크나이트를 위한 머핀 (2/4) 브루스가 클락에게 부탁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고담에서 활동이 불가능한 브루스를 대신해 그가 짐작하는 문제 원인에 대한 단서를 조사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러는 겸 덤으로 도시의 패트롤이었다. 브루스의 말에 클락은 눈을 껌뻑였다. “왜?” “아, 아니. 진짜? 진짜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 “보이는 게 없는데 돌아다녀봐야 소용이 없잖아.” 브루스는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는 듯 잘라 말했다. 그가 한 이야기에는 이상한 점도 불합리한 점도 없었다. 심지어 지극히 평범한 의견이었고 일반적인 대안이었다. 클락은 바로 그 점에 놀라고 있었다. 브루스가 자신의 본업에 대해 보통 사람들처럼 대응하다니! 클락은 오늘 하루 몇 번째인지 모를 놀라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클락은 알프레드가 운전하는.. 더보기
[숲뱃] 다크나이트를 위한 머핀 (1/4) “먹으면 행복해져요!” 어둑한 골목에서 아이가 밝게 말했다. 건물의 그림자 속에서 가늘게 눈을 뜨고 있는 배트맨에게로 아이는 주저 없이 손을 뻗었다. 그 손에는 아이의 주먹보다 조금 더 큰 머핀이 들려있었다. 배트맨은 아무 말 없이 아이의 손끝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여느 때처럼 패트롤을 돌던 중, 브루스는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저가의 주택단지 골목 벽에 노란빛이 떠오른 것을 보았다. 그 작고 동그란 빛 한가운데에는 매직으로 칠해 중간 중간 빛이 스미어 나오는 박쥐 모양이 들어 있었다. 요즘에 와서는 이런 형태의 배트시그널을 본 적이 없었던 터라 그리운 느낌마저 들었다. 브루스는 그 소박한 신호를 따라 이동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그 불빛의 끝에서 만난 것이 바로 지금 눈앞에 서있는 아이였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