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부분은 잘라낸 글입니다. 혹시 궁금하시면 http://znfnxh2.postype.com/post/281291/ 로 들어가시면 돼요.
하늘은 맑다. 어김없이 신선한 미풍이 동쪽에서부터 불어온다. 눈부신 하늘을 우러르며 브루스는 옥수수들이 촘촘히 자라난 들판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브루스를 감싸고 1초씩, 1초씩 느긋하게 기울어가는 세상은 싱그러워서 스읍 하고 숨을 마시면 허파가 파랗게 물들 것만 같았다. 탄력 있는 식물의 잎사귀를 조심히 손바닥에 담아보았다. 근처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에서 포르르 물줄기가 뿜어졌다. 나란하게 자리한 식물의 잎맥을 따라 물방울이 도르르 굴러서 브루스의 손목을 타고 내려갔다.
브루스가 이 조용한 농장에 머물게 된지 두 달하고 며칠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 브루스가 보았을 적에는 겨우 잎의 머리만 보이던 옥수수가 이제 제법 커서 껍질 속에 낱알들을 품기 시작했다. 브루스는 원래 이 농장의 주인이 아니었지만 이곳에 식객으로 지내게 되면서 그가 자리를 비울 때면 대신해 일을 보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실제로 브루스가 하는 일은 어떤 기계를 키고 끄거나, 축사에 있는 마소 세 마리에게 여물을 주는 일정도 밖에는 없었다. 농사일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알지 못하는 브루스였지만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농가의 모든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이런 것들은 어디 골방에 박혀 있는 샌님이 꿈꾸었을 법한 목가생활이다. 그럼에도 이곳의 주인인 남자는 그런 생활을 보내는 브루스에게 웃으며 “고마워.”하고 인사했다. 브루스는 그의 상냥한 웃음을 마주하는 것이 적잖이 멋쩍었지만 하릴없이 그 얼굴이 좋았다.
해가 기울어진 정도를 확인하고 브루스는 농장 가에 자리하고 있는 빨간 지붕에 하얀 집채를 가진 2층짜리 목조주택에 들어갔다.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니 브루스가 예상했던 대로 다섯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곧 그가 돌아올 시간이었다. 브루스는 몸을 씻기 위해 위층으로 향했다. 클락을 맞이할 때면 브루스는 어김없이 제 몸을 씻었다. 먼지가 묻건 묻지 않았건, 땀을 흘렸건 안 흘렸건, 바깥에 있었건 없었건 간에 맑은 물줄기 아래서 제 피부를 닦아낸 뒤에야 집으로 돌아온 그를 마중했다. 클락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좋다고 얘기하다가, 정 그러면 자신과 함께 샤워하면 어떻겠냐고 장난스러운 제안도 해주었지만 말끔한 모습으로 그를 맞이하겠다는 브루스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그래도 어느 날인가 클락이 브루스를 끌어안으며 “비누가 원래 이렇게 달아?” 하고 목덜미에 코를 묻으며 정말로 신기하다는 듯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자신이 하는 일이 나쁜 습관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아무리 씻고 또 씻어도 뇌리에 붙은 잔상이나 브루스의 몸 가죽에 깊숙이 박힌 흉들이 떨어져나가는 일은 결코 없었지만 말이다.
“브루스.”
똑똑, 가벼운 노크 소리가 난 뒤 상냥한 부름이 들려왔다.
“곧 나가.”
쏟아지는 물속에 서서 브루스가 작게 대답했다. 클락은 귀가 좋으니까 분명 지금의 대답을 들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끼긱 하고 샤워기의 물을 잠그면 삐그덕삐그덕 나무 바닥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클락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소리였다. 원래 클락은 걸을 때 별 소리를 내지 않고 사뿐하게 걷는 것을 브루스는 알고 있다. 저 소리는 클락이 브루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낸 소리였다. 브루스는 대충 물기를 닦고 흰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아래로 향했다. 그런 브루스에게 언제나와 같이 적절한 타이밍에 클락이 시원한 아이스티가 담긴 유리잔을 들고 다가왔다.
“고마워.”
물방울이 맺힌 유리잔을 받아들며 브루스가 소곤소곤 말했다. 밝은 홍색의 액체를 바라보는 브루스의 정수리가 따끔따끔했다. 그에 브루스가 고개를 들어보면 클락이 안경 너머에서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한 장의 유리알 너머에서 파란 눈동자가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브루스는 눈을 거의 깜빡이지 않고 맑게 빛나는 구슬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뺨에 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가끔은 먼저 입술에 해주면 좋겠는데...”
클락이 투덜거리듯 말하면서도 빙긋 웃었다. 폭신한 그의 입술이 브루스의 입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어서와, 클락.”
“다녀왔어, 브루스.”
사르르 접히는 클락의 눈꼬리를 보았다. 브루스는 두 호선이 만드는 간질간질한 마음을 그가 건네준 아이스티와 함께 삼켰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동화 속으로 자신이 잘못 떨어진 것만 같았다. 역시 그가 돌아오기 전에 몸을 씻길 잘했다고 브루스는 다시 생각했다.
브루스에겐 누군가를 살해한 심증이 있다. 처음 이 농장의 집에 있는 침대 위에서 눈을 떴을 때 심한 두통이 이곳이 현실이라며 아우성쳤다. 긴긴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다 눈을 뜬 브루스는 한동안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질 못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도. 다만 어디선가 비명소리를 들었었다고 생각했다. 날카로운, 굵은, 아니 가냘픈? 여성의? 남성의? 어린아이의? 어른의? 어째서인지 갑자기 식은땀이 나서 주위를 살펴보면 낯선, 하지만 묘한 기시감이 드는 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 냄새가 난다. 브루스는 몸을 일으켰다. 그때 마침 조용히 문을 열고 남자가 들어왔다.
“브루스! 일어났구나!”
우는 지, 웃는 지 애매한 표정으로 그는 브루스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렇게 외쳤다. 브루스, 남자의 입에서 이름을 듣고야 비로소 브루스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했다. 남자는 거의 뛰듯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브루스는 굵은 물방울 뒤에서 울렁이는 남자의 눈을 보다 그의 이름을 묻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남자가 브루스를 꼬옥 끌어안는 것이 조금 더 빨랐다. 단단한 남자의 몸에 와락 안긴 탓에 그의 품과 부딪힌 가슴이 조금 아팠다. 그래도 워낙 그 기세가 절박해서 브루스는 그를 밀어낼 수 없었다. 거의 반사적으로 브루스는 자신을 끌어안은 남자의 등을 토닥여주기 위해 팔을 들었다. 브루스의 시선에 자신의 맨손이 보였다. 멀쩡하게 브루스가 하고 싶은 동작을 수행하는 자신의 신체 일부를 보았다. 팔, 잘 움직이는군.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어째서, 라는 의문이 찾아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남자의 행동이 더 빨랐다. 마치 브루스와 하나가 될 듯 강하게 끌어안던 남자는 간신히 조금 뒤로 몸을 물리는가 싶더니 이제는 깊은 입맞춤을 하기 시작했다. 어딘가 서투른 듯도 하고, 하지만 분명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 그리고 숨이 막혔다. 브루스가 허공에 멈췄던 손으로 통통 그의 어깨를 두드리자 겨우 그의 키스가 멎었다.
“클락.”
그래, 남자의 이름은 클락 켄트였다.
브루스 웨인, 클락 켄트. 브루스의 기억 속에 들어있는 정보라고는 그 정도였다. 그리고 그와 자신이 연인이라는 것 정도. 그 외의 것은 처음부터 없는 듯 말끔한 것도 같았고, 무언가에 가려진 듯 부연 것도 같았고 좌우간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런데 그 유무가 애매한 기억들이 밤이면 밤마다 악몽으로 찾아와 브루스의 수면을 갉아먹고 있었다. 등에 소름이 돋아난 채 다급하게 공기를 주워 삼키며 몸을 일으키면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형체 없는 악몽이었다. 다만 브루스는 날마다 반복되는 악몽들 속에서 검고 붉은빛과 누구의 것인지 모를 비명소리들만을 겨우겨우 머릿속에 간직할 수 있었다.
“브루스?”
브루스를 따라 잠에서 깬 클락이 걱정스럽게 불렀다. 처음 악몽을 꾼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클락은 땀에 젖은 브루스의 등을 조심히 토닥이며 사고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사고?” 브루스가 되물었고 클락은 자신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브루스가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되었고 병원에서는 신체에 큰 문제는 없다는 이야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클락은 다른 부차적인 치료가 필요 없다는 의사의 말에 브루스를 데리고 이 농장, 자신의 원래 집으로 왔다고 했다.
“환자를? 도시와 떨어진 농장에?” 브루스가 의아한 듯 묻자 클락이 수줍게 웃다가 브루스의 눈앞에서 잠깐 동안 공중에 몸을 띄워 보였다. “그... 내가 좀 특별한 일들을 할 수 있거든.” 클락이 뒷목을 부끄럽다는 듯 긁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브루스의 의문도 우선은 거기에서 발을 멈추었다. 도대체 어떤 사고가 있었고 자신이 어떤 일을 했기에 그에 휘말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클락의 말로는 브루스가 어느 대기업의 직급이 높은 회사원이라고 했다. 그렇게 말을 듣고 나니 자신이 아주 잘 다려진 번듯한 정장을 입고 있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그럼 자신의 몸에 있는 이 흉들은 다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클락도 고개를 저으면서 “브루스는... 비밀이 많은 사람이었거든.”라고 말했다. 브루스도 그 이상으로 클락에게 무언가를 물을 수 없었다. 물어도 클락은 모른다고 이야기할 것 같았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이 어떤 이유로든 클락에게서 무언가를 숨기려고 했다면 그것에 대해 연인이지만 엄연한 타인인 클락에게 괜한 의구심을 심어주는 일이 옳은지 판단할 수가 없어서였다.
하지만 이렇게 날이면 날이고 악몽에 시달리고 나니 브루스는 꺼림칙한 의심 하나를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의심이 사실이라면 지금이야 말로 클락이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행동이든 취해야만 한다. 예컨대 자신을 경찰에게 넘기고 자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준비를 한다거나 하는 일이었다.
“내가... 사람을 죽였나?”
숨을 고르며 브루스가 클락에게 물었다. 클락의 동그란 눈이 크게 뜨였다.
“무슨 소리야, 브루스! 자네가 그럴 리가 없잖아.”
클락이 브루스의 얼굴에 두 손을 가져다대며 마치 울 것 같은 눈으로 브루스를 들여다봤다.
“어째서 그런... 브루스, 뭐라도 생각이 난거야? 도대체 무슨 생각이 나서—”
“아무것도.”
브루스가 클락의 손에 자신의 손을 곁들이며 한숨처럼 답했다. 하기에 이런 사실을 알고 있거나 조금이라도 의심했다면 클락과 같은 사람이 자신의 연인으로 남아있을 리가 없다. 아님 자신이 지독한 거짓말쟁이던가. 다만 그동안 클락과 지내면서 느꼈던 연인이라는 관계 외의 어떤 다른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어 그에게 물어보았다. 결국, 근거 없는 예감일 뿐이었지만. 어쩌면 클락이 너무 다정한 탓에 브루스가 그와 더 깊은 관계일거라고 착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브루스가 흐리게 웃었다.
“좀... 나쁜 꿈을 꾸었어.”
잠시 클락이 브루스를 마주보았다. 분명 아까전만해도 한없이 걱정만을 품고 있던 눈동자가 기분 탓일까 브루스의 의중을 냉정하게 해부하려는 듯 집요해보였다. 이 눈동자. 브루스는 그 이체를 놓치지 않았다. 브루스가 클락에게 새로운 단서를 기대하는 데에는 짧은 순간마다 찾아오는 클락 켄트의 위화감도 한몫하고 있었다. 모른다, 아니다, 말고의 다른 단서가 필요했다. 브루스는 조금 전 자신이 내린 결론을 번복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눈동자를 살폈다.
어느새 호흡이 완전히 진정된 브루스의 입술 위로 클락이 가볍게 접했다. 이마를 맞대고 둘 사이에 짙은 그림자를 만들며 클락이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잊어버려 브루스. 그냥 꿈이야.”
그 목소리가 지독하게 상냥했다.
브루스는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클락은 처음에 반대를 했지만 복용량과 복용시간, 그리고 약의 보관을 클락이 관리한다는 합의하에 결국 브루스의 요구를 받아들여주었다. 복용 후 여러 문제점이 지적된 약을 브루스에게 건네야한다는 사실이 못마땅했는지 클락은 드물게 인상을 굳히며 브루스에게 약을 한 알 주었다. 첫날은 그 덕에 아무것도 없는 새까만 밤을 맞이할 수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도 개운하지는 못했지만 정체모를 악몽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그로 얼마 뒤 문제가 생겼다.
브루스는 누군가의 몸 위에 올라타서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몽롱한 머리로도 브루스는 제 손에 가득 들어찬 건강한 맥박을 그대로 헤아렸다. 두근, 두근, 두근. 브루스의 손등에 올록볼록하니 뼈대와 혈관이 도드라질 정도로 힘을 주고 있는데도 차분하기 그지없는 울림이었다. 그 규칙적인 박동이 조금 기분이 좋기까지 했다. 한참 그렇게 브루스는 누군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득 힘을 준 브루스의 손 위에 따뜻한 손끝이 닿아오자 브루스는 찬물을 뒤집어쓴 듯 다급하게 현실을 자각했다.
“클락.”
“괜찮아, 브루스.”
기도가 억눌려 가늘어진 목소리지만 너무나도 평온한 어조로 클락이 얘기했다. 심지어 클락은 눈을 홉 뜬 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브루스에게 빙그레 미소를 지어주기까지 했다.
“나는 이걸로 죽지 않아.”
차게 식은 등이 저려올 정도로 클락의 웃음은 달았다. 브루스는 조심스럽게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고 있던 손을 클락의 목에서 떼어냈다. 달빛에 드러난 그의 반듯한 목에는 옅은 손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마치 늠름한 조각상과도 같았다. 한낱 인간은 망가뜨리지 못할.
“그렇군.”
브루스가 자신의 그림자가 만들어낸 어둠 속에 섞어 웃었다. 결코 자신이 그를 해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지독한 안도와 함께 이유가 어긋난 자괴감이 찾아들었다. 왜, 그를 —지 못했지? 문장이 완전하지 못한 물음 하나가 떠올랐지만 온전히 아는 게 무서워 브루스는 몸을 웅크려 클락의 왼쪽 가슴에 이마를 붙였다. 역시 그의 심장은 이렇게 건강하게 뛰고 있다. 쿵, 쿵, 쿵. 브루스의 정수리 위에 클락이 뽀뽀하는 것을 알았지만 브루스는 모르는 척 했다. 과거의 자신은 어쩌면 그를 해칠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브루스는 자신이 꽤 뛰어난 신경을 지닌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따금 일상을 보낼 때면 알게 되는 반사 신경도 그랬지만 클락이 숨겨놓은 약병을 무의식중에 기어코 찾아서 그가 주는 것 이상으로 약을 꺼내먹은 것을 알았을 때는 클락도 놀라고 말았다. 클락은 지난밤의 브루스는 약 때문일 거라고 이야기하며 수면제를 전부 소각해버렸다. 브루스는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았지만 별 대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의 자신이 어떻던 지금의 브루스는 결코 클락을 죽이고 싶지 않았고 그가 웃으면서 입을 맞출 수 있는 브루스 웨인으로 있고 싶었다.
수면제 복용을 중단한 브루스는 대신 클락에게 매달렸다. 클락과의 섹스는, 꼭 고해성사를 하는 기분이다. 절정을 맞이할 때 클락은 어김없이 브루스와 입을 맞추었다. 깊이 혀를 얽고 모든 숨을 집어 삼킬 듯이. 브루스는 그게 꼭 클락이 자신의 죄책감을 받아주는 것만 같아 좋았다. 브루스가 클락과의 섹스를 통해서 악몽을 피하려한다는 사실을 클락이 안 다음부터 브루스는 그와 몸을 섞은 뒤에는 말갛게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브루스는 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저와는 다르게 손톱자국 하나 남지 않은 클락의 몸을 본다. 브루스는 클락의 등에 매달렸던 자신의 손톱 끝이 조금 닳은 것 확인했다. 이거면 됐어. 폭 감긴 클락의 눈꺼풀 위에 키스하면서 브루스가 생각했다. 자신은, 클락에게 어떤 자국도 남기지 않는 편이 나았다.
오늘도 해가 떠오른다. 약 일주일 전쯤에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은 비가 내렸으니 아직까지는 분명 맑을 하늘이다. 변함없이 떠오르는 해와 같은 곳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집의 현관 밖에 있는 나무계단에 앉아서 브루스는 이 꿈과 같은 광경을 지켜본다. 자색으로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과 건강하게 자라는 작물들. 낯선 이가 불쑥 찾아오지 않는 곳. 어떤 이레귤러도 발생하지 않는 나날들. 이 요소들 하나하나가 구축해낸 이 완벽한 세계에 대해 생각했다. 이것이, 가능한가하고.
“브루스.”
“깼나?”
고개를 돌려 위를 보면 클락이 서있다. 이 세계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하는 클락 켄트가 그곳에 있다. 브루스는 웃었다. 이 농장의 주인을 보며, 이 온전한 세계를 만들어낸 이를 보며. 애당초 세상이 한낱 개인에게 호의를 가질 리가 없었다. 그것은 세상이 잔인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게 사람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저 그곳에 존재하기에 오는 무심함임을 브루스는 알고 있었다. 그런 세계가 이토록 브루스에게 상냥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상처 가득한 몸을 하고, 비명과 핏빛이 잔상처럼 남는 악몽에 시달리며, 제 연인에게 살의인지 죄책감인지 모를 감정을 품고 있는 남자에게 세계가 이렇게 다정할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클락이, 그런 세계를 브루스에게 주려했기 때문에.
브루스는 이 광활한 듯 보이는 대지가 사실 그 끝이 명확하게 한정된 공간임을 알았다. 너무나도 아귀에 맞아떨어지는 기후와 한없이 건강하기만 한 생물들. 이 모든 것을 가상의 하늘이 품고 있었다. 하지만 브루스는 이제 몇 발짝을 더 움직이면 그 끝에 다다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서서히 떠오르는 저 태양은 사실 이 태양계의 항성이 아니라 단순히 해를 뛰어나게 구현한 조명임을 안다. 하늘을 중심으로 돌고 있을 세계가 오로지 이곳에서만 땅을 중심으로, 클락과 브루스가 살고 있는 이곳을 중심으로 돌았다.
클락은 자신을 믿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순수한 남자가 이토록 필사적으로 자신을 감춰줄 리가 없었다. 브루스는 클락과 지내는 동안 들었던 얼마 되지 않는 몇몇 푸념들을 기억해냈다. “자꾸 사람들이 위험한 걸 바라서 큰일이야.”, “왜 사람들은 서로를 다치게 하지 못해서 안달일까?” 같은 이야기들. 그가 저널리스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용케 아직까지 직종을 바꾸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박한 투덜거림이었다. 그런 그가 아무리 연인이라지만 불의를 아무 말 없이 숨겨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가 아예 떳떳하게 세상에 대고 브루스가 결백한 사람이라고 판정을 받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분명 상황이 브루스에게 많이 불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병원에서 굳이 사람이 없는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도, 브루스에게 다른 이와 연락을 취하라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는 이유도 분명.
브루스는 클락이 자신에 대해 제대로 된 단서들을 알지 못하거나 또는 부족하게 아는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기억이 애매한 지금 순간에도 이토록 그가 웃는 게 좋았다. 불합리한 자신의 감정에 스스로를 위험인물로 분류할 정도로 브루스는 클락을 사랑했다. 이 감정이 철저한 비밀 위에 성립할 수 없는 것쯤은 브루스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클락은 브루스가 원하는 정보를 분별해서 저에게 말해주지 않을 정도로 자세하게 브루스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결론이 났다. 순진한 클락도 결국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나쁜 지혜를 익힐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그는 세상을 불신하고 자신을 이토록 꽁꽁 감춰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이 완벽한 세계를 벗어나는 것을 저어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클락이 지구의 종이 아니기에 더더욱 제 옆으로 온 이를 놓을 수 없는 성미인 것도 이 상황을 뒷받침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브루스는 생각한다, 클락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세상의 불합리야말로 브루스에게 있어서는 온당 그가 짊어져야할 몫인지도 몰랐다. 브루스에게는 자신에게 죄가 있다는 확고한 심증이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물증이 저 허공으로 위장된 벽 뒤에 있다. 분명히.
브루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클락이 여전히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새벽빛에 빛나는 그의 눈동자를 보았다. 어떤 예감을 한 걸까 그의 눈동자에 너무 많은 감정이 헤엄쳐서 또렷하게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한참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을 만큼 맑았다. 브루스는 그가 정말 하늘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를 나눠가지길 바라지 않았다.
“클락.”
브루스가 클락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날, 보내줘.”
클락의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 브루스가 그 동요를 보고 미소 지었다. 사랑스러운 클락. 자신에게 무엇을 어디까지 숨기고 싶었는지 아직 전부 알 수 없지만 그게 브루스가 짊어져야할 것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알았을 때, 브루스는 비로소 클락을 볼 때면 드는 불합리한 위화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브루스가 클락의 볼을 감쌌다. 클락은 고개를 저었지만 그게 브루스의 말에 부정하기 위해서이지 그의 행동을 거부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안다. 클락이 자신에게로 뻗어진 브루스의 손을 마주잡았다.
“내가, 내 죄를 마주할 수 있게 해줘.”
그리고 자네를 거리낌 없이 사랑할 수 있게 해줘. 브루스가 뒷말을 삼키며 클락의 입술에 처음으로 먼저 키스했다. 눈을 감기 전 잠깐 보았던 클락의 눈동자가 이상하게 무기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브루스는 그 의문을 더 이어갈 수 없었다. 브루스가 클락의 품 안에서 정신을 잃었다.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자신의 품에 축 늘어진 브루스를 클락이 단단히 고쳐 안았다. 클락이 웃으며 자신이 기절시킨 브루스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도대체, 누구에게 무슨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 거야?”
일 년 전보다 근육이 줄고 살이 빠진 브루스는 클락이 느끼기에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너무나도 유약했다. 그를 안아 들고 다시 처음, 그가 눈을 뜰 침대 위에 브루스를 뉘였다. 클락이 브루스의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올려주었다. 그래도 처음 그의 기억에 손을 대기 시작한 때보다 주기도 길어졌고 클락에 대한 의심도 많이 줄었다. 클락은 창문 너머로 낱알이 여물기 시작한 옥수수를 보며 비죽이 웃었다.
죄수들의 영구적인 행동 교정방법에 대해서 연구하던 중 슈퍼맨은 자신의 고향 데이터베이스에서 전기 신호를 이용한 정보의 직접적인 뇌 새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왜곡 없는 다량의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개발된 이 기술에는 다만 실제로 적용하기에 성인처럼 이미 뇌에 여러 전기신호를 저장중이고 모든 신호의 망들이 온전한 망으로써 유기적으로 연결된 상태인 경우에는 뇌의 정보 처리에 혼선을 가져오는 리스크를 안고 있기에 권장하지 않는다는 코멘트가 달려있었다. 슈퍼맨은 거기에서 한 가지 힌트를 얻어냈다. 뇌로 가는 신호에 일정 조작을 가하면 자신이 원하는 사고의 패턴을 주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동굴 위에 있는 저택에는 붕괴 위험이 미치지 않을 지점들로만 벽을 무너뜨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기기들을 파괴하며 슈퍼맨은 배트케이브를 해체했다. 뚜벅뚜벅, 차분한 발소리가 저택에서 이어지는 입구를 통해 이곳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잠시 배트맨의 차림으로 서재에 나가 있던 브루스가 돌아오는 소리였다.
“슈퍼맨.”
온갖 잔해들 위해 붕 떠있는 상태로 슈퍼맨이, 차분하게 저를 부르는 브루스에게로 웃어보였다. 동굴을 파괴하기 전 전기 배선을 교란시켜놓아서 그에게 별도의 경보가 가지는 않았을 텐데도 슈퍼맨을 부르는 배트맨의 목소리에는 동요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뭐하자는 짓이지?”
냉랭한 목소리가 깨어지고 부서진 돌멩이들 여기저기에 부딪혔다.
“그러고 보니 요즘 자네 아이들의 행방을 알 수가 없네?”
배트맨이 설령 겉으로는 티를 안낼지라도 쉽게 동요하는 화제는 그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록 체제가 바뀌면서 그와 그의 가족들 사이가 소원해진 것은 들었지만 어차피 박쥐의 이름아래 하나가된 이들이 싸움을 하다가 화해를 하고, 서로를 불신하다가 믿는 일이 부지기수인 것쯤은 오래전부터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말 돌리지마. 그리고 그 아이들은 이미 일반인이다. 슈퍼맨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야.”
“이상한 소리를 하네, 브루스.”
공중에 떠있던 슈퍼맨이 배트맨에게로 다가갔다. 그의 시선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쯤 투시를 하지 않아도 뻔했다. 슈퍼맨은 마치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것을 어르는 듯한 손짓으로 배트맨의 턱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자네가 관련된 사항이 내 관할 밖일 리가 없잖아?”
“두 번 말하게 하는군. 그 아이들은 더 이상—”
배트맨이 고개를 돌리면서 제 손을 들어 슈퍼맨의 손을 치워내려고 했다. 그리고 슈퍼맨은 주저 없이 그의 손을 잡아 비틀어 그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지금의 충격으로 배트맨의 팔이 탈골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의도한 바였다. 헉, 하고 숨을 삼키며 그는 비명을 자신의 목 아래로 내리눌렀다. 그의 장난감이 든 벨트를 풀어 잔해들 위로 던져버렸다.
“거짓말.”
슈퍼맨이 배트맨의 귓가에 바짝 붙어 소곤거렸다.
“자넨 내게 줄곧 거짓말을 하고 있어.”
배트맨에게서 거추장스러운 카울을 벗겨내면 그 뒤에 숨어있던 빙하 같은 눈동자가 드러난다. 슈퍼맨이 그의 시린 눈초리에 입을 맞추었다.
“이 동굴이 얼마 전부터 바빠지고 있던 걸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뭐, 라도... 하라고 한, 건. 자네 아니었나?”
슈퍼맨이 탈골된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줄 때마다 브루스의 목소리가 떨렸지만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 슈퍼맨이 급하게 브루스의 몸을 돌리며 그와 얼굴을 마주했다. 슈퍼맨에게 잡히지 않은 팔로 브루스가 대항을 하려는지 손을 들어 슈퍼맨의 목덜미를 짚었지만 그래봐야 연약한 인간의 반항일 뿐이었다.
“내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던 건 자네야.”
이지가 만년설처럼 굳어진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슈퍼맨이 그의 심장에 새길 듯 또렷하게 이야기했다.
“이젠 어느 정도 세상이 깔끔해지니 내가 방해 돼? 날 독재자 나부랭이로 보는 거야?”
“슈퍼맨... 클락!”
고통에도 찡그리지 않던 브루스가 슈퍼맨의 말에 눈썹을 찌푸리며 아주 오래된 이름을 불렀다. 클락, 브루스의 입에서 너무나도 오랜만에 튀어나온 명칭이었다. 클락의 가슴이 새삼스럽게 쿵, 튀었다. 아직 잊지 않았구나. 그가 아직 자네 안에 남았구나. 그렇다면 브루스는 어째서 그를 혼자로 만들려고 하는 거지? 클락은 자신이 아무리 뛰고 날아도 알 수 없을 그의 의중을 알기 위해 그의 선명한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통증으로 식은땀을 흘리는 브루스가 클락을 막던 손을 움직여 그의 뺨을 감쌌다.
“자네는 잘못이 없어. 내가 내 일을 하지 못한 거다. 클락, 이제 그만—”
클락은 자신의 볼을 감싼 브루스의 손바닥에 입술을 부볐다. 이 손. 언제나 단호한. 자신과 같이 세상 무엇도 두렵지 않은 몸을 가지지 않아도 악을 막기 위해서면 주저 없이 뻗어지던 배트맨의 손이었다. 그리고 이 손은 클락을 사랑해주던 브루스의 손이기도 했다. 슈퍼맨은 배트맨을 닮고 싶지 않았다. 그와 자신은 성향이 달랐고, 택하는 수단도 달랐다. 하지만 그러기에 클락은 배트맨을 자신의 가장 든든한 아군으로 생각했고, 브루스에게서 자신이 하는 일이 옳은 것이라 듣고 싶었다. 브루스는 클락의 기준이었다.
“...내가 잘못이 없다면 왜 날 벌하려는 거야?”
슈퍼맨이 배트맨의 장갑 너머로 브루스의 약지를 깨물었다.
“내가 얼마나 자넬 필요로 하는지 알면서?”
어떻게 이제 와서 내가 틀렸다고 하는 거야. 배트맨의 입에서 모든 것을 뒤로 돌릴 수 있다는 허구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는 그렇게 말해주지도 않을 테지만. 그렇다면 이러나저러나 슈퍼맨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클락은 최근 들어서는 매우 드물게도 자기 자신이 슈퍼맨이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클락은 자는 듯이 기절한 브루스에게 마취제를 투여하고 그의 머리에 특정 신경 회로의 지도를 따라 전극을 연결했다. 조작하는 범위는 우선은 의식이 지배하는 표층으로 한정해두었다. 잠재의식은 그 위치가 깊고 회로도 심하게 꼬여있어서 함부로 건들기에는 저항감이 들었다. 비록 기억을 조작하고 있기는 했지만 클락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에게로 걸어올 것을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브루스였다. 다만 초반에는 브루스가 금방 자신의 의식 심층에서 단서들을 꺼내 조합해내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그때부터 클락은 단순히 브루스의 의식을 백지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감정하나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매번 브루스가 깨어날 때면 품고 있는 클락에게 사랑을 하던, 화를 내던, 슬퍼하던 간에 가지고 있던 죄책감을 클락은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그 날, 슈퍼맨의 말을 듣던 브루스의 눈에도 깊이 새겨졌던 감정이었다. 또 배트맨을 묶어두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감정이기도 했다. 점점 클락의 의도대로 브루스의 감정이 형성되고 있었다. 이번의 브루스는 클락이 의도한 바에 의해 그의 목을 졸랐다는 사실을 모를 테다. 또 그가 클락이 모르는 사이에 약병의 약을 덜어가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브루스는 결코 맨몸으로 클락을 죽이지 못한다. 그가 클락을 저버리지만 않는다면.
“죄는 본인에게 직접 용서를 구하는 게 맞잖아?”
장치의 전원을 키고 적절한 전류를 송신하기 시작하며 클락이 속삭였다. 다시 내가 옳다고 말해줘. 이 세계에 날 혼자 두지 마.
“이번엔, 틀리지 마.”
클락이 방긋 웃으며 잠이 들어있는 브루스의 입술에 키스했다. 자, 다시 처음부터 옥수수를 심어야한다. 그래도 이제 옥수수들이 꽤 클 때까지 브루스는 자신의 곁에 머무르는 브루스로 있어주었다. 클락은 다시 한 번 완벽한 세계를 꿈꾸며 옥수수 밭으로 나갔다.
-안희연 시인의 시 히스테리아의 [나에겐 누군가를 살해한 심증이 있다]에서 시작된 소재.
-아마 이게 숲뱃전력에서 달밤이 주제일 때 생각났던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일년 조금 못되는데 난 이 소재가 살아남을 거라고는...;;;
-그러고 보니 난 브루스 샤워시키는거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닐까. 이게 내 상상력이 부족해서 생각나는 장면들이 고만고만하다는 걸수도 있고, 내가 브루스 누드에 집착한다는 걸수도 있고... 분명 둘 다인거 같고.:Q_
-잠, 잠을 자세요. 밤은 잠을 자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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