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믕님 리퀘 [마당쇠 클락이 예쁘게 단장하는 브루스 마님 훔쳐보는] 글... 이면 좋았을텐데에!8mm8
고증은 당연히 말할 것두 없구... 이게 무슨 au인지 모르게씁니다.ㅇ<-<
캐릭터들 이름 건들지 않아씁니다. 시... 싱크빅 학습지를 끊어야...6ㅅ6
인시(寅時)가 끝에 다다르고 있었다.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 지 벌써 몇 날인가가 지났으매 아침은 이제 금방이다. 컴컴한 사위 속에서 클락은 어둠을 몰아가듯 비질을 시작했다. 하품을 핑계 삼아 허파에 한가득 숨을 집어넣고 내뱉었다. 차게 식은 새벽바람에는 새순과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의 쌉싸래함이 있었다. 사각사각 지푸라기의 끝이 마당의 흙 알갱이를 긁었다. 고요한 소란 속에 어지간히 예민한 이가 아니라면 귀에 담아두지 않을 인기척 하나가 섞여들었다.
사뿐사뿐 구름 위를 걸어가듯 소리죽인 걸음걸이가 새벽에 녹아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클락은 온 귀를 기울여 흐릿한 소리 한 가닥을 붙잡았다. 어둠 속에서도 밝은 눈만큼이나 클락은 귀도 좋아서 그 인기척의 주인이 댁의 안주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클락은 그가 남기는 소리를 헤아리며 걸음걸이에 어그러짐이 있지는 않은지, 드물게 숨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는지, 맥에 이상은 없는지를 살폈다. 빗자루를 쥐기 전까지만 해도 마님의 뒤를 살피고서 돌아온 클락이었지만 잠깐의 공백에 혹여 다른 변고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된 탓이다.
“오셨습니까.”
조곤조곤 점잖은 목소리가 들렸다. 마님이 웨인에서 출가하여 파워스 양반 댁에 오기 한참 전부터 그의 곁을 지키던 나이든 몸종의 목소리였다. 피로한 기색도 없이 깍듯한 목소리 속에 그에게는 여전히 어린 아씨일 마님에 대한 따뜻한 걱정이 스며있었다. 그런 인사말에 별반 다른 대답은 돌아가지 않았다. 다만 클락은 그 뒤에 염려 섞인 질타가 들려오지 않는 것으로 마님에게 별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하루는 무사하신 모양이다. 클락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클락이 이 집안에서 잡일을 한지는 벌써 몇 번의 계절이 흘렀다. 본디 클락은 여기 고을의 사람이 아니었다. 구태여 보태 말하자면 클락이 정말로 어디의 사람인지는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이든저든 클락은 두메산골 노부부의 손에서 자라났고 두 사람은 클락을 별이 보내준 아들이라며 예뻐했다. 클락도 자신의 수양부모가 좋았고 그 연유만으로도 클락의 고향은 가타부타 논할 것 없이 그 한적한 시골이었다. 그러다 클락은 모친의 삼년상을 끝으로 그의 고향에서 나오게 되었다. 딱히 목적지로 잡은 곳 없이 클락은 전국각지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발을 붙이게 된 곳에서 잠시 일을 하며 부모님의 묘에 올릴 상을 차릴 돈을 벌었고 때가 되면 다시 고향으로 향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다행히도 클락은 이 나라의 그 누구보다도 체력이 좋았고 힘에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랄 것은 튼튼한 자신에 비해 한참은 여린 옷가지나 짚신 정도였다.
그런 클락이 고담(孤曇)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유달리 추웠던 동계였다. 서울에서 퍽 떨어져있는 고담은 나라에서 가장 큰 부두가 위치한 곳으로 사람들의 드나듦이 빈번한 곳이었다. 외부와의 왕래가 많은 마을은 저절로 오가는 물자가 많았고 그 탓에 고담은 이 나라에서 큰 마을 중에 하나였다. 고담은 땅의 질이 척박한 탓에 자연적으로 농업보다도 상공업이 발달한 마을이었는데 그러다보니 고담은 서울의 코높은 양반네들은 쉬이 경시하는 마을이었다. 그나마도 마을의 가장 큰 어른이던 웨인 영감과 안주인께서 계셨을 적에는 사정이 나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장사치와 사기꾼만 판치는 곳이라 얘기를 듣곤 했다. 돈을 가진 이는 많으나 명예가 없어 이 마을의 양반이나 부임해온 관리들은 곧잘 기회주의자가 되었고 마을은 활발하지만 음산한 곳으로 익히 소문이 나있었다.
“나리, 돈을 주셔야지요!”
“거기 거, 한 푼 주지 않았냐!”
“그 땔감은 한 전은 됩니다요.”
울며불며 소리치는 아이의 목소리가 클락의 시선을 잡았다. 한참은 작은 아이는 발갛게 곱은 손으로 키 작은 양반의 누빈 옷을 잡아끌고 있었다.
“이 놈이, 부정 타게 왜 옷을 잡느냐!”
땅딸막한 사내는 크게 성질을 내며 쥐고 있던 우산을 높이 들어보였다. 길고 뾰족한 코를 가진 사내가 그 우산을 마치 회초리마냥 쥐는 것을 보자마자 클락은 튕겨져 나가듯 달려가 아이를 감쌌다. 부웅 소리가 찬 공기를 더 시리게 가르더니 클락의 어깨를 사정없이 내려쳤다. 우지끈하고 우산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키 작은 사내의 둥그런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며 뭐라뭐라 욕지거리를 뱉기 시작했다. 꽤나 덩치 있는 인물들이 클락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알았다. 클락이 감싼 작은 아이의 몸이 볼품없이 떨리고 있었다. 클락은 더 단단히 아이를 몸으로 감쌌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나리, 그냥 가져가세요!”
“아이고, 나 죽네.”
“나리, 나리. 이 놈 몸이 돌덩어립니다.”
클락의 몸에 매질을 하던 덩치 좋은 사내들이 자신의 발을 감싸며 길바닥을 굴렀고 놀란 아이는 클락이 저를 품고 있는 것도 모르고 비명을 치듯 사죄했다. 클락은 아무 말 없이 소동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코블팟 어르신 아니십니까. 대관절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벌떼가 붕붕 거리듯 정신없는 소란 속으로 겨울바람마냥 또렷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순간 주변의 공기가 환기 되듯 정돈이 되자 클락은 살짝 고개를 들어보았다. 클락의 눈앞에 쪽빛의 치맛자락이 들어왔다.
“상도도 모르는 것들이 염병을 부리고 있어 혼쭐을 내고 있었다!”
“어머.”
조금 더 고개를 들어 보면 검푸른 쓰개치마에 얼굴이 감추어진 이가 서있었다. 보이는 옷의 질감으로 보나 비교적 고분고분해진 사내의 태도로 보나 높은 집안의 아낙인 것 같았다. 그러다 힐끗 바닥을 내려 보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쓰개치마 사이로 살짝 드러난 얼굴이 새하얬다. 얼핏 보기로도 아낙의 얼굴은 선이 곱게 떨어지고 있었고 그 와중에 유독 눈매가 선명했다. 클락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어르신께서 이리 열을 내실 일도 아니잖습니까. 바다 건너에서 빛깔이 신기한 팔가조가 왔다더이다. 그에 서두르시던 길 아니셨습니까?”
능청스러울 만치 차분한 아낙의 말에 사내는 아차 그랬다며 뒤뚱뒤뚱 자리를 떠났다. 장바닥에 널부러졌던 사내들도 비실비실 일어나서는 절뚝절뚝 주인의 뒤를 따랐다. 클락이 길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상체만 일으켜 그 광경을 멀거니 보았다.
아낙은 클락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로 코블팟이 떠나가는 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더니 훌렁하고 뒤집어쓰던 쓰개치마를 벗었다. 아낙의 옷자락은 흔들릴 때마다 다디단 냄새가 났다. 그 향기에 클락은 지금 아낙이 길 한복판에서 무슨 일을 한 줄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클락이 입을 벌려 아낙을 만류하고자 했지만 아낙의 서늘한 말이 북풍만큼이나 빨랐다.
“네 탓에 더러워졌다. 알아서하거라.”
그리고 아낙은 간신히 고개를 드는 아이에게로 자신의 말끔한 쓰개치마를 툭하니 던져주었다. 찬바람 속에서 아낙의 화려한 가체와 그 아래로 이어진 흰목이 아리게 눈에 박혔다. 클락은 왜인지 죄를 짓는 기분이 들어 황급히 고개를 내렸다. 아낙은 빠른 걸음으로 클락에게서 멀어졌다. 클락은 주저주저 일어나 어설픈 걸음으로 뛰어 그 뒤를 쫓았다.
“마, 마님.”
숫기 없는 목소리에 아낙은 고개만 돌려 클락을 보았다. 차갑게 벼려진 눈동자가 칼날 같아서 클락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따끔했다.
“보아하니 외지인이로구나.”
쌀쌀맞은 목소리에 클락은 저에게 걸린 말 인줄도 모르고 염치없이 눈을 껌뻑이며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주제 없이 여인의 눈을 들여다보는 클락의 행동에 불경하다 호통 칠 법도 했으나 아낙은 잠시 동안 클락의 둥근 눈을 보았다.
“더 탈을 만들기 전에 떠나라.”
그리고 내뱉듯 말하곤 그는 몸을 돌려 다시 갈 길을 갔다. 그 뒤의 일은 순전히 클락의 변죽으로 인해 나온 말이었다.
“일, 일이 필요합니다!”
클락은 아낙의 등 뒤로 소리쳤다. 잠시 움직임이 멎는가 싶더니 아낙은 다시 아무 말 없이 걸어갔다. 반듯하게 세워진 아낙의 등이 이상하리만치 클락의 눈에 아렸다. 클락은 멀거니 그 모습을 보다가 그와 어느 정도 거리를 땐 상태에서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브루스 마님은 본디 웨인 영감 댁의 외동딸이었다. 오랜 옛날부터 이 고담에 자리하던 양반 가문이던 웨인은 특이하게도 주인어른이 양반의 신분으로 중인들이 할 법한 마을의 의원 노릇을 하는 집안이었다. 그런데다 주인마님 역시도 뱃길을 오가는 물품들을 일일이 점검하고 그에 큰 관심을 보였을 만큼 상공업에 트인 이였다. 두 어른은 신분 이전에 고담이 어떤 곳인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더 두루 편한 곳이 될 수 있는지를 마을의 어느 관리들보다도 고심하고 또 행해가던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은 별종이다 지체 없다 욕을 먹기도 했지만 대게는 존경과 흠모를 받았다.
그러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늦은 저녁 어린 아씨에게 극을 보여주고 돌아오는 길에서 어느 미치광이의 칼부림에 의해 살해되었다. 관아에서는 마을의 제일 높은 어른들의 죽음인 만큼 철저히 그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약조했지만 말은 그 때 뿐. 사건은 우야무야로 묻혔고 사람들의 입방아마저도 속없는 소문만 무성할 뿐 이내 흐릿해졌다. 그 후 한 십년 가량 브루스 아씨는 마을에 얼굴조차 비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어느덧 홀연히 자라나 규수가 된 아씨는 덜컥 파워스로 출가를 했다.
상인이었으나 모은 돈으로 양반의 신분을 산 파워스는 마사 마님과는 영 성향이 달라 상공에 있어 의견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 하던 인물이었다. 혹자는 어린 아씨가 부모님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 정신이 돌아서 파워스 양반의 계략에 넘어갔다는 말도 있었고 혹자는 그가 줏대 없는 철부지라 그랬다는 말도 돌았다. 그리고 간간히 파워스 댁으로 흘러들어가는 가체나 온갖 금속붙이들 이야기가 마님에 대한 뒷소문을 부추겼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벌써 혼인을 올린 지 다섯 해가 지나가는 부부의 사이에서는 아이 소식이 없었다. 그리고 그 웨인의 성씨를 지닌 브루스 마님이 기거하는 별채가 파워스 가택의 가장 구석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도 사람들의 입방아에는 오르기 좋은 주제였다. 클락은 항상 그런 구설수에 토를 달지 않으려고 참아 내는 것이 그렇게도 힘이 들었다.
뉘엿뉘엿 해가 저물 때면 소문에 의하면 방구석에서 너부러져있던 마님이 잠을 깨는 시간이다. 정자세로 여러 서문들을 훑고 있던 마님은 클락이 서툰 글씨로 써온 소식지를 훑어 본 뒤 클락을 데리고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외출을 준비했다. 클락은 브루스 마님의 아래서 글씨를 익혔다. 클락은 비상할 정도로 빠르게 글을 익혔고 마님은 그런 클락을 보고 “원숭이보다는 쓸 만하구나.”하고 칭찬 아닌 칭찬을 해주었다.
마을의 언덕에 서서 조용히 마을을 내려다보는 마님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 번도 언덕 너머에 보이는 수평선을 바라본 적이 없었다. 늘 그 아래를 보았다.
“브루스.”
나긋한 공기를 가르며 매섭게 흰 손이 날아들었다. 클락은 되레 놀라 그 손을 조심히 붙잡았다.
“다치십니다!”
“네 놈이 실성하였구나.”
“마님 만큼이겠습니까.”
독기 오른 눈동자가 클락을 노려보았다. 명백한 경고가 담긴 눈초리였다. 하지만 클락은 저무는 태양 빛이 눈이 부시듯 찡그려 웃었다.
“언제까지 밤놀이를 하실 셈이십니까.”
“알 바 없다.”
다시 고개를 모로 돌리며 말을 내뱉은 마님은 세상 무엇보다도 견고해보였고 동시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건조했다. 어느 여인들보다도 다부졌지만 결국 여린 살가죽으로 태어난 마님은 그럼에도 까만 박쥐가 되어 고담의 밤을 누비며 이런저런 골치 아픈 문제들에 끼어들고는 했다. 클락이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밤에 몰래 가택을 빠져나가는 마님의 뒤를 따라갔던 날에는 웬 시커먼 건달 같은 이들을 상대 하는 그를 보고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런 간담이 서늘한 일을 했던 장본인은 도리어 당황한 클락을 보며 이곳이 어딘 줄 알고 기어 나왔느냐 혼을 내었다.
지금이야 클락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어 마님은 더 그에 관해 힐난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일에 그가 요구한 것 이상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클락은 마님의 고집이 조금 서운하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그런 그의 고생이 별로 답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분했다. 클락은 지난 흉년에 마을을 돌던 쌀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고 있었다. 대륙에서 건너온 독초를 우물에 풀었던 이를 잡아넣은 것이 누군지 알았다. 미신을 빌미로 사람들에게 겁을 주던 이를 쫓아낸 것이 누군지도 알았다. 댕기머리로 철없이 달리던 시절부터 클락은 배추밭을 엉망으로 만들고 지나간 멧돼지로부터도 멀쩡했었지만 그런 클락보다도 한참 여린 이 마님이 얼마나 많을 일을 하고 있는지 클락은 지켜보았다. 그런 그를 아는 이는 몇 없다.
“저기 저 끝. 저 끝에 가보신 적 있으십니까?”
클락이 구름과 바다가 뒤섞이는 수평선을 보며 말했다. 그러면 마님은 재미없는 답을 한다.
“내게는 필요가 없다.”
박쥐가 아닌 마님의 아침은 묘시(卯時)에 시작된다. 클락은 그가 검은 의복을 벗고 본인의 원래 차림을 갖추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몸종이 차분한 손길로 마님의 머리를 빗질하는 것을 알았다. 마님의 머리카락을 빗질하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들지 않는다. 사실 브루스 마님의 머리카락은 뭇 아낙들에 비해 매우 짧았다. 이 댁으로 심심찮게 가체가 들어오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마님은 자신의 자른 마리를 늘 무거운 가체로 숨겼다. 지난 가을에, 홀연히 부모님의 묘지를 다녀온 마님이 어둠을 틈타 머리를 자르는 것을 클락은 보았다. 무표정한 마님을 대신해 나이든 몸종은 섧게 울며 곱게 자라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었다.
“단지 머리카락이다.”
“...예.”
“그저 머리카락이야.”
“예.”
그리고 몸종은 마님의 머리카락을 품에 안고 고개를 조아렸다. 마님은 길게 숨을 내뱉었다. 클락은 그 숨이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보았었다.
태연한 얼굴로 비질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마님의 별채에 다다른다. 마님의 들어가 쉬라는 말을 끝으로 몸종이 자리를 떠나고 초롱불빛에 흰 창문 위로 박힌 검은 인영은 마님 혼자만 남았다. 사뿐한 손놀림이 마치 나비의 날갯짓과 같이 바지런히 머리 이곳저곳을 오갔다. 장신구가 흔들리며 나는 청명한 소리가 새벽을 울렸다. 클락은 저 종잇장 너머의 마님을 바라보지 않기 위해 애쓰며 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외려 창 한 장 너머로 바라보는 이의 모습이 더 간절해져서 클락은 저도 모르게 힐끗힐끗 홀로 불이 켜진 창문을 바라보며 비질을 계속 했다. 그러다 창문의 틈새가 보였다.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클락이 걸음을 멈추고 그 뻗어 나오는 노란 줄기를 바라보고 있자면 소지에 고운 연지를 묻히고 반듯한 입술 위에 덧그리는 마님이 보였다. 클락은 저도 모르게 그 겨울처럼 다시 숨을 멈추고 말았다. 내리깐 눈썹이 흔들림 없이 정갈했다.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잠만 잔다던 댁의 안주인의 아침이 이렇게나 이르고 분주하다는 것을 아주 몇몇 만이 간신히 안다. 그리고.
클락의 볼이 빨개졌다. 마님이 아주 살짝 고개를 틀었다. 잘 뻗은 눈매 속에서 투명하고 선명한 눈동자가 클락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잘 벼려진 동자가 이번에도 클락의 가슴을 뚫고 동당동당 수선을 부리게 만들었다. 이것의 이름을 클락은 감히 찾지 못했다. 붉은 입술이 창틈 속에서 잠깐 웃었다. 그것이 클락의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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