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숲뱃] 롱할로윈 (2/6) 판타지au 입니다. 전에 있었던 이야기) 1/6 http://sowhat42.tistory.com/58 네 어머니의 피를―… 클락은 움칫 어깨를 털며 선잠에서 깬다. 아직 눈을 뜨지 않아 시야가 눈꺼풀로 덮여있지만 아침이 제법 밝은 것은 알 수 있었다. 이제 이른 공기는 퍽 싸늘해서 클락은 반사적으로 소파 위에 누운 몸을 바짝 웅크렸다. 추위도, 더위도 딱히 클락에게 위협이 되는 요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클락이 기온의 변화에마저 둔감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클락은 다른 어느 생물들보다도 섬세하게 그런 변화들을 감지하곤 했다. 그리고 그에 적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클락이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갖추어온 생활의 양식이었다. 자, 이제 날이 밝았으니 어쩌면 좋을까. 설명해야하는 것도 있었.. 더보기
[알피뱃+α(?)] The Butler did it ※살인 장면이 있습니다. dceu에 엔드게임 뒷이야기를 엉성하게 섞어보았습니다. 기본 알피뱃에 숲뱃 등의 제 뱃른 성향이 묻어있습니다. ...아마도요? 먼지 낀 고요함이 가득한 작은 사각형 공간에서 짐은 남자와 마주하고 있다. 고담시경의 청장인 짐 고든은 직급 상 그가 직접 용의자 취조에 나서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보통 짐은 업무 수행에 마땅한 인원을 배치하여 전체적인 수사를 지휘하고 관련된 사안의 결재와 총책임을 맡고 있으며 덧붙여 배트맨과의 연락을 도맡고 있다. 이번 일에는 무려 자신이 범인이라며 스스로 나선 용의자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이 그와 대면하여 조사를 진행하는 까닭은 이 사건에 물증은 물론 심증도 없을 뿐더러 허리를 곧게 펴서 반듯한 자세로 저를 마주하고 있는 자칭 용의자,.. 더보기
[숲뱃] Will you ※원작 날조가 완연한 중에 배트맨 비욘드의 리턴 오브 더 조커의 내용이 스포됩니다. 성인글 버전) https://znfnxh2.postype.com/post/1388742 두근 두, 근 두근. 미세한 엇박자를 예민하게 귀에 담은 클락은 바로 몸을 일으켜 숨을 다잡는 브루스에게 약과 물 한 컵을 건넸다. 상기된 얼굴로 통증인지 전까지의 여운인지를 잇새로 삭이며 브루스는 클락의 손을 곁눈질 하다가 조금 난폭하게 그가 내미는 것을 받아들었다. 알약을 감싼 물이 부드럽게 식도를 타고 내려가고, 두근두근두근 고동은 다시 제 박자를 찾아간다, 후우 길게 내몰아 정리하는 호흡의 소리가 들린다. 클락은 브루스의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에 귀를 기울이며 침묵을 지켰다. 그런 클락을 힐끗 알아차리고 브루스가 쯧, 짧게.. 더보기
[숲뱃] Bat-fairy 클락은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안경을 닦아도 보고 눈을 비벼보기도 했다. 하지만 책상에 놓인 머그컵 가장자리 위에 재주 좋게 균형을 잡고 앉아 있는 분홍빛의 존재는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클락을 바라보고 있었다. "브...루스?" 클락이 몸을 수그리고 시선을 머그컵의 높이에 맞추어 더듬더듬 이름을 불러보았다.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클락은 거의 코를 박을 듯 그 존재에게 얼굴을 바짝 대었다. "배트-페어리다."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자세로 있던 손바닥만 한 크기의 브루... 아니, 배트맨... 아니, 배트-페어리는(배트란 분명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귀여운’을 뜻하는 접두사일 것이라고 클락은 이 순간에 생각한다.) 한 손에 쥐고 있던 끝에 핑크색깔 별이 달린 지팡이로 클락의 코끝을 가볍게 톡 쳤다.. 더보기
[알피뱃] 박쥐는 울지 않는다 dceu 행렬의 시작은 낡은 성경을 품에 안은 신부다. 두 개의 관에 잇따른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느릿한 걸음을 밟았다. 열이 향하는 발끝에는 젊은 부부가 영면에 들 석재로 지어진 가족묘의 입구가 있다. 웨인저택 앞으로 펼쳐진 들판 구석으로 길을 닦아둔 듯 정돈된 풀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사당같이 생긴 이 건물은 웨인의 주인들이 대대로 제 삶의 마침표를 묻어두는 곳이었다.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웨인부부가 나란히 그런 조상들의 곁에 묻히는 일이 이상할 것은 없었지만 부부의 나이를 생각하면 한참 이르기는 했다. 열의 선두에서 보조를 맞추어 걷는 집사를 곁에 두고 멀거니 제 앞에 있는 신부의 검은 등만을 바라보며 파리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웨인의 새로운 가주는 나이가 지나치게 어렸다. 행렬은 마치 묘 안으.. 더보기
[숲뱃] Home sweet home (1/5) 떠돌이 별(http://sowhat42.tistory.com/71)에서 이어집니다. ※18.07.27) 2편부터는 책을 구매해주신 분들께만 공개합니다. [경로 이탈, 경로 이탈] 상아빛 선내에 깜빡깜빡 빛이 점멸할 때마다 규칙적으로 경고음이 퍼졌다. 겨울 하늘의 희푸른 눈동자를 가진 남자는 우선 요란스럽게 번쩍이는 경고등을 끄고 화면에 떠오른 메시지를 제거했다. 한동안 조종 패널 위 이곳저곳을 오가면서 다시 본래 목적으로 하는 궤도에 들기 위한 시도를 해보았지만 전부 불발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옆에 앉은 이를 바라보았다. 둥근 안경 너머에서 가지각색의 상황등으로 화려해진 계기판을 살피며 결함을 분석하는 남자는 얼굴과 머리카락 곳곳에 연륜이 그대로 배어 있었다. 나이든 남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젊은 남자에게.. 더보기
[딕브루] 눈눈 + 겨울봄 판타지au입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숲은 차가웠다. 한 겹, 한 겹 눈이 아이의 주변을 온통 하얗게 덮었다. 몰아치는 바람이 귀 옆을 지나갔다. 겨울은 씨앗과 같단다. 꽁꽁 싸맨 몸으로도 춥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를 보며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부모님이 해준 말이었다. 부모님을 삼켜버린 매서운 땅에도 새순이 돋을까? 더 단단한 봄이 찾아올까? 아이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싹이 트는 소리를 상상한다. 아이의 머릿속에는 긴 어둠이 남았다. 눈꽃이 소복하게 피어난 마른 가지들 너머에 얼음에서 돋아났다는 성이 있다. 주인보다도 나이가 많고, 그가 눈을 감은 뒤에도 숲의 고목으로써 제자리를 지킬 과묵한 구조물이었다. 살결을 벨 듯한 바람이 사시사철로 성의 주변을 에워싸고 성벽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가 투명하게 얼어.. 더보기
[알피뱃]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아 dceu입니다. 오른쪽 링크는 성인글 버전입니다) https://znfnxh2.postype.com/post/679120/ ※약물이 관계됩니다. 미리 주의의 말씀 올려요. ※사담에 본 영화 관련 잡담 있습니다. 혹시 꺼리시는 분 계실까 이것도 말씀 드려요. 아이가 성인이 된 후로 드물어지기는 했지만 가끔씩 알프레드는 브루스의 옷시중을 든다. 갑옷 같은 근육이 두텁게 덮인 몸이 그리는 선에 맞추어 깔끔하게 떨어지는 검은 턱시도 정장이 세련됐다. 알프레드는 마무리로 옷깃을 정돈하면서 브루스로부터 한 발짝 떨어졌다. 제 앞에 있는 거울 속에서 자신의 매무새를 살펴본 브루스는 알프레드를 향하며 마지막 점검을 했다. “어때요?” “겉보기만큼은 훌륭하십니다.” 아직도 피가 살짝 거즈에 배어 나오는 옆구리 상처를 떠.. 더보기
  ◇ 어긋난 아이야, 하늘을 보지 마렴. 그곳은 너무 자유로워 그만 마음을 잃곤 한단다. 아이야, 콘크리트 아래 갇힌 땅을 보렴. 숨 한 점 들지 않는 그곳은 아무것도 없어 안전하단다. 빛 한 점 보지 말고, 바람 소리 하나 듣지 마렴. 조용히, 아주 조용히 숨을 쉬렴. 여린 가슴을 지닌 네가 걱정이다. 산다는 건 깊은 뜻이 있는 게 아니란다. 마음도, 영혼도 그저 멋들어진 시구일 뿐이야. 이곳은 네 콩콩 뛰는 심장도, 팔딱이는 허파도, 언제나 바쁜 머리도, 생생한 혈관도, 그 무엇도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없는 곳이란다. 아이야, 그 날의 슬픔도 그 때의 아픔도 그 시절의 무서움도 전부 오직 너만 가리키며 비웃는다. 아이야, 아이야. 텅 빈 가슴을 가지렴.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야. 사실 나는 .. 더보기
[딕브루] 겨울이 품은 봄 딕브루) 눈에 눈이 박히다에서 이어집니다 http://sowhat42.tistory.com/65 "나 나가요." 짐은 꾸려져서 이미 준비된 지 오래다. 벌써 이야기는 세 달 전에 끝이 났지만 딕은 오늘의 새삼스러운 일인 양 말을 꺼냈다. 남자는 무엇을 하는지 그저 등만 보인 채 답이 없었다. 대신, 끼이- 딕이 닫고 들어온 문이 조심히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 기척에 딕은 뒤를 돌아보았고, 하, 가볍고 날카로운 웃음을 뱉었다. "하긴. 난 여기 필요 없잖아요?" 그렇죠? 브루스. 뱀의 발인지를 알면서도 딕은 기어코 모난 소리를 덧붙이고 만다. 브루스는 끝내 한마디의 말도 돌려주지 않았다. 원망도, 후련함도, 슬픔도, 격려도 그 어떤 것도 브루스는 표하지 않고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딕은 애꿎은 입술만 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