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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뱃] 떠돌이 별 (8/9) 레드선 이후의 숲과 크라임신디케이트가 있는 지구의 어린 브루스가 죽지 않고 살아서 둘이 만난다면의 이야기 전에 있었던 이야기들) 1/9 http://sowhat42.tistory.com/33 2/9 http://sowhat42.tistory.com/39 3/9 http://sowhat42.tistory.com/42 4/9 http://sowhat42.tistory.com/44 5/9 http://sowhat42.tistory.com/49 6/9 http://sowhat42.tistory.com/51 7/9 http://sowhat42.tistory.com/53 어느 밤의 일이다. 부모님이 부부동반 세미나로 저택을 비운 날 브루스는 토마스와 늦은 밤에 방영되는 공포영화를 보았다. 어둠 속에 숨어있던 존재들.. 더보기
10/01 숲뱃전력 '여장' 클락의 머릿속에는 위시리스트가 하나 있다. 그것은 스몰빌 출신의 클락이 삼십 몇 년간을 살면서 마음에 담아온 판타지들로 구성된 리스트로써 지금 시점에서는(그리고 앞으로도) 전부 브루스에 관한 사항들이었다. 굳이 리스트를 모두 달성해야만 한다하는 의무감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목록 하나하나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클락에게는 꽤 유효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되어주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고, 그가 귀엽거나 예쁘거나 멋지거나 섹시하거나... 하여튼 모름지기 사람은 좋은 것을 보거나 그와 함께 있으면 별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을 겪더라도 깊이 심호흡을 할 여유를 가지고 어떻게 견뎌보며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다. 더구나 자기 일에 관해서는 보통 막무가내인 브루스가 묘하게 섹스 판타지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한 점.. 더보기
[숲뱃] 떠돌이 별 (7/9) 레드선 이후의 숲과 크라임신디케이트가 있는 지구의 어린 브루스가 죽지 않고 살아서 둘이 만난다면의 이야기 전에 있었던 이야기들) 1/9 http://sowhat42.tistory.com/33 2/9 http://sowhat42.tistory.com/39 3/9 http://sowhat42.tistory.com/42 4/9 http://sowhat42.tistory.com/44 5/9 http://sowhat42.tistory.com/49 6/9 http://sowhat42.tistory.com/51 하나, 둘, 셋... 아이는 위로 치솟다 다시 땅을 향해 떨어지는 공의 움직임을 고개로 따랐다. 통, 통, 통 경쾌한 소리를 내며 빨간 공이 어딘가 음침한 구석이 있는 저택 안에서 혼자 선명하다. 브루스는 힐.. 더보기
[숲뱃] 다크나이트를 위한 머핀(수정+재업) "먹으면 행복해져요!" 어둑한 골목에서 아이가 밝게 말했다. 건물의 그림자 속에서 가늘게 눈을 뜨고 있는 배트맨에게로 아이는 주저 없이 손을 뻗었다. 그 손에는 아이의 주먹보다 조금 더 큰 머핀이 들려있었다. 배트맨은 아무 말 없이 아이의 손끝을 바라만 보았다. 여느 때처럼 패트롤을 돌던 중, 브루스는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저가의 주택단지 골목 벽에 노란빛이 떠오른 것을 보았다. 작고 동그란 빛 한가운데에는 매직으로 칠해 중간 중간 빛이 스미어 나오는 박쥐 모양이 들어 있었다. 요즘에 와서는 이런 형태의 배트시그널을 본 적이 없었던 터라 그리운 느낌마저 들었다. 브루스는 그 소박한 신호를 따라 이동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불빛의 끝에서 만난 것이 바로 지금 눈앞에 서있는 아이였다. 아이는 제가 배트맨.. 더보기
[숲뱃] 떠돌이 별 (6/9) 레드선 이후의 숲과 크라임신디케이트가 있는 지구의 어린 브루스가 죽지 않고 살아서 둘이 만난다면의 이야기 전에 있었던 이야기들) 1/9 http://sowhat42.tistory.com/33 2/9 http://sowhat42.tistory.com/39 3/9 http://sowhat42.tistory.com/42 4/9 http://sowhat42.tistory.com/44 5/9 http://sowhat42.tistory.com/49 끼이이, 침중한 소리와 함께 저택으로 이어진 길을 닫고 있던 검은 철문이 움직였다. 브루스와 칼은 서서히 반으로 쪼개지는 철문 위의 W자 장식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브루스는 고개를 돌려 자기 옆에 서있는 칼에게 시선을 주었고, 칼도 그와 거의 동시에 자신을 바라보는 브루.. 더보기
[숲뱃] 보고 싶은 당신, 오늘도 잘 자요 아침이다. 서늘하게 식은 공기가 조용히 침대 위에 앉았다. 클락은 습관대로 오전 일곱 시에 말갛게 눈을 떴다. 클락의 옆에는 단정하게 눈을 감은 브루스가 있다. 어스레함 속에서도 똑 떨어지는 그의 얼굴은 언제고 보기만 해도 포스스 웃음이 나와서 클락은 미소를 깨물며 깊은 잠에 빠진 브루스의 뺨을 소중하게 쓰다듬었다. 차갑다. 클락은 서둘러 브루스의 목 위까지 꼼꼼하게 폭신한 이불을 덮어주었다. 브루스는 여전히 잠을 자고 있다. 평상시에 체온이 그렇게 높지 않은 브루스는 그 탓일까 유독 아침을 힘들어했다. 사실 더 확실하고 근본적인 원인은 밤이면 밤마다 빼곡하게 차서 빠질 줄 모르는 그의 자경 활동 스케줄에 있었지만 브루스는 그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창문에서 내리쬐는 볕을 피해 시트 속에 몸을 말아 .. 더보기
[숲뱃] 떠돌이 별 (5/9) 레드선 이후의 숲과 크라임신디케이트가 있는 지구의 어린 브루스가 죽지 않고 살아서 둘이 만난다면의 이야기 전에 있었던 이야기들) 1/9 http://sowhat42.tistory.com/33 2/9 http://sowhat42.tistory.com/39 3/9 http://sowhat42.tistory.com/42 4/9 http://sowhat42.tistory.com/44 높다란 건물들로 빼곡한 도시 거리를 키 작은 아이가 저보다 한참은 커다란 어른의 손을 잡아끌며 걸어가고 있다. 칼은 난감함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자신의 중절모를 뒤집어쓴 브루스의 작은 뒤통수를 보았다. 아이의 머리통의 전부가 칼의 모자 안에 폭 들어가 있었다. 저래서야, 투시력이라곤 없는 평범한 지구인인 브루스의 시야는 잴 것도 .. 더보기
[숲뱃] 완벽한 세계 씬 부분은 잘라낸 글입니다. 혹시 궁금하시면 http://znfnxh2.postype.com/post/281291/ 로 들어가시면 돼요. 하늘은 맑다. 어김없이 신선한 미풍이 동쪽에서부터 불어온다. 눈부신 하늘을 우러르며 브루스는 옥수수들이 촘촘히 자라난 들판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브루스를 감싸고 1초씩, 1초씩 느긋하게 기울어가는 세상은 싱그러워서 스읍 하고 숨을 마시면 허파가 파랗게 물들 것만 같았다. 탄력 있는 식물의 잎사귀를 조심히 손바닥에 담아보았다. 근처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에서 포르르 물줄기가 뿜어졌다. 나란하게 자리한 식물의 잎맥을 따라 물방울이 도르르 굴러서 브루스의 손목을 타고 내려갔다. 브루스가 이 조용한 농장에 머물게 된지 두 달하고 며칠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 브루스가 보았을 적에는.. 더보기
[알피뱃, 조뱃] 상실 DCEU 로빈이 죽은 후의 이야기 먼지 낀 햇살이 관 속에 누운 이의 앳된 얼굴을 창백하게 어루만졌다. 저 평온을 가장하기 위해서 그의 양아버지와 집사는 결코 아물지 않을 피부를 꿰매고, 터진 상처를 덧씌우며, 부러진 뼈들을 모았다. 하얀 국화가 채 마르지 않은 약품의 냄새를 감싸며 내려앉았다. 울음 섞인 애도도, 억울함의 호소도, 분노에 찬 고함도 없이 나이 든 신부가 조곤조곤 읽어 내리는 성경의 구절만이 가는 이를 배웅했다. 흙 한줌의 냄새는 눈물의 짭짤함과 닮았다. 그렇게, 로빈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개일 줄을 모르는 어둔 밤. 사내 대여섯이 허름한 선술집에 모여 피 묻은 돈으로 포커를 치고 있었다. 눅눅한 담배연기로 자욱한 실내에 신선한 공기를 몰고 들어온 것은 그 몸에 축축한 흙의 냄새가 가시지.. 더보기
[숲뱃] 취(醉)하다 쏴아아, 김 서린 물줄기가 잘 뻗은 등선을 따라 피부 위의 자잘한 요철을 훑고 지났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 아래 선 브루스는 잠시 멍한 머리를 숙이며 눈을 감았다. 그러다 몸 위를 굴러가는 물방울의 사소한 마찰에마저 살가죽 아래서 예민하게 피어오르는 간지러움에 눈을 떴다. 찡그린 눈매로 내려다 본 몸에는 흡입에 의한 울혈과 가벼운 잇자국이 몸 위에 선로를 남기듯 자리했다. 유독 괴롭힘을 당한 유륜 주위가 따끔거려서 브루스는 차마 그 지리한 통증을 어찌해보지도 못하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는 중에도 제 뒤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산뜻하며 또 말끔하다는 점을 상기하니 마음이 참 그랬다. 정도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매너가 있는 건지, 혈기가 앞서는지. 브루스는 까닭도 모르고 분한 마음이 들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