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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뱃] 떠돌이 별 (4/9) 레드선 이후의 숲과 크라임신디케이트가 있는 지구의 어린 브루스가 죽지 않고 살아서 둘이 만난다면의 이야기 전에 있었던 이야기들) 1/9 http://sowhat42.tistory.com/33 2/9 http://sowhat42.tistory.com/39 3/9 http://sowhat42.tistory.com/42 브루스는 제멋대로다. 야아아 하고 웃음소리 같은 함성을 길게 날리며 아이는 설원 가운데로 뻗어나간다. 한걸음 우주선 바깥으로 발을 내딛으면 익숙한 시려움이 허파로 몰려들었다. “너무 멀리는_...” 자신이 칭칭 감아준 망토 끝자락을 하얀 땅 위에 끌면서 작은 키로도 성큼성큼 달리는 브루스의 뒷모습을 보며 칼은 걱정스레 소리치려 했지만 곧 입을 다물었다. 주변의 소음을 집어삼키는 새하얀 눈밭 위.. 더보기
05/05 숲뱃전력 '어린이' “브루스!” 하고 외치며 커다란 보자기를 망토처럼 둘러맨 클락이 의기양양하게 브루스 앞에 섰다. 클락이 저에게 잠시 있어보라 한 동안 나무에 등을 기대고 그늘 아래 앉아 책을 읽던 브루스가 고개를 들었다. 끝없이 푸르른 하늘에서부터 내려온 바람이 클락이 두른 천과 그의 머리카락을 하늘하늘 스쳐 지났다. 브루스가 스몰빌에 도착한 아침때서부터 클락은 무어엔가 들떠서는 얼굴을 발갛게 빛내고 있었다. 파란 바다가 안에서 반짝반짝 생기가 도는 클락의 눈동자를 보던 브루스는 읽던 책의 표지를 덮어 나무 밑동에 두었다. 그리고 일어나서 제 엉덩이에 붙은 마른 풀과 흙먼지를 손으로 툭툭 털었다. 브루스의 주변을 왔다갔다 서성이던 클락은 브루스가 성에 찰 만큼 옷매무새를 정리하자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낮은 언덕을 성급.. 더보기
[숲뱃] 떠돌이 별 (3/9) 레드선 이후의 숲과 크라임신디케이트가 있는 지구의 어린 브루스가 죽지 않고 살아서 둘이 만난다면의 이야기 전에 있었던 이야기들) 1/9 http://sowhat42.tistory.com/33 2/9 http://sowhat42.tistory.com/39 남자는 이상하다. 브루스는 커다란 화면에 떠오른 뜻 모를 궤도를 살피는 남자의 뒤통수를 흘겨보았다. 토라진 작은 아이가 저의 어깨너머로 열없이 보낸 눈길이었지만 그것을 기어코 알았는지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니 하는 물음을 대신해 남자는 상냥하게 눈썹을 구부려보였지만 브루스는 고개를 팩하니 돌려버렸다. 얼핏 한숨 같은 웃음소리를 들은 것 같다. 브루스는 왜인지 심사가 더 꼬여서 누운 몸을 웅크렸다. 이제는 한낮일 테지만 밤 동안에 충분히 잠을 .. 더보기
[딕브루] 휴식 쿠운님께 드리는 생일선물입니다. [아주 달달한 딕브루 + 브루스 몸 걱정하는 딕]이에요. 그의 마음 속 시계와 꼭 같은 시간을 맞춘 후 생겨난 입구를 통해 딕은 지하로 내려갔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깊은 동굴을 광도 낮은 조명이 밝히고 있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토닥토닥 일부러 소리를 내면 동굴 한쪽에서 끼긱하고 박쥐들이 소곤댔다. 계단의 커브를 마저 돌기도 전에 비죽 고개를 내밀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중앙모니터의 앞에도 그는 없었다. 딕은 익히 알고 있는 남자의 동선을 꼽으며 굴의 구석에 위치한 연구실로 향했다. 딕은 이 굴에 있는 박쥐들 중에서 가장 큰 박쥐를 찾아야했다. 가장 크고, 가장 사나우며, 가장 고집이 세고, 가장 아름다운 박쥐를. “브루스.” 마치 휘파람처럼 딕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더보기
04/02 숲뱃전력 '결박' 한 층, 한 층 계단을 오르는 클락의 발걸음은 조심스럽다. 이제는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굳어진 움직임이었다. 다만 오늘은 살짝 그 걸음걸이가 늘어지듯 무거웠다. 클락은 침까지 튀기며 켄트를 부르짖던 편집장의 걸걸한 음성을 떠올리며 드물게 인상을 썼다. 푸욱 하고 한숨이 절로 났다. 그래도 이제 몇 걸음 더 가면 집이다. 클락은 반사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클락이 딛고 선 계단의 수는 점점 많아졌지만 위를 향할수록 오히려 클락의 발걸음은 보다 가뿐해졌다. 집은 좋다. 집은 아늑하다. 집은 쉼터이고 안식처이다. 그리고 집에는. 잘각 잘각. 서둘러 꺼낸 열쇠로 현관문을 열면 아침에 클락이 기억하기로-이것은 꽤나 절대적인 사실이었다.- 꺼두었을 형광등이 환했다. 새하얀 빛을 얼굴에 한가득 받으며 피곤으로.. 더보기
[숲뱃] 떠돌이 별 (2/9) 레드선 이후의 숲과 크라임신디케이트가 있는 지구의 어린 브루스가 죽지 않고 살아서 둘이 만난다면의 이야기 전에 있었던 이야기) 1/9 http://sowhat42.tistory.com/33 검게 침잠한 의식 속에서 통증이 솟아났다. 가슴통을 움켜쥔 고통에 성급하게 숨을 마시면 매운 소독약 냄새가 났다. 브루스는 새삼스런 느낌으로 눈을 떴다. 재미없는 모양의 새하얀 천장이 부옇게 펼쳐졌다. 규칙적으로 삑, 삑, 삑 하는 기계소리가 들렸다. 여기는. 브루스는 제가 알고 있는 온갖 명사를 뒤졌다. 여긴 병원이다. 집어삼킨 응어리를 폭하고 뱉어내면 그 무게만큼 몸은 조금 딱딱한 침대 아래로 가라앉는다. “일어났니?” 친절한 말소리가 났다. 브루스가 알기로는 이름표가 붙지 않은 목소리였다. 다만, 기억의 수면 그.. 더보기
[숲뱃] 마당쇠(?)의 아침 크믕님 리퀘 [마당쇠 클락이 예쁘게 단장하는 브루스 마님 훔쳐보는] 글... 이면 좋았을텐데에!8mm8 고증은 당연히 말할 것두 없구... 이게 무슨 au인지 모르게씁니다.ㅇ 더보기
02/13 숲뱃전력 '발렌타인 데이' 휑한 저택 안 곳곳을 무거운 종소리가 정처 없이 부딪히고 지나갔다. 시계를 바라보던 브루스는 습하니 마른 숨을 마시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현관에 다다랐다. 커다란 문을 소리 없이 열었다. 생겨난 틈새로 바깥의 차가운 바람이 급하게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더불어 독한 장미향이 브루스의 뺨을 스쳤다. 문 너머, 눈앞에는 안경을 쓴 남자가 싱긋 웃는 얼굴로 반듯하게 서있었다. 브루스의 눈동자가 아주 잠깐 크게 뜨였다. “자네가 직접? 황송한데.” 남자는 가벼운 농담처럼 이야기했다. 습관처럼 굳어진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남자의 눈동자는 피부에 와 닿은 겨울공기 만큼이나 새파랬다. 말 그대로 자신의 가슴을 꿰뚫을 수 있는 시선을 브루스는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저 눈동자 앞이라면 아무리 남자가 순.. 더보기
[숲뱃] 떠돌이 별 (1/9) 시작점) http://sowhat42.tistory.com/28 레드선 숲과 크라임신디케이트 있는 지구 쪽 브루스 이야기 행성의 대기를 그으며 별똥별이 떨어진다. 밤이 찾아온 행성의 면에 위치한 대륙에 착륙한 우주선을 그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렇게 남자는 조용히 지구를 찾아온다. 그리고 처음부터 없었던 양 사라질 것이다. 오랜 시간 남자가 살아온 곳에서 점잖은 코트와 흔해빠진 양복, 촌스러운 안경 뒤에 잘 다듬어진 육신을 감춘 남자를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세상은 남자에게 멋대로 죽음을 부여했고 그것이 그나마 영예로운 길이었다 평가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원색의 독재자만이 낙인처럼 남았고 남자는 저를 부를 이름을 잃었다. 소중한 장난감을 다루듯 남자의 손아래서 완벽을 꿈꾸던 세계가 자유를 찾고 .. 더보기
[뎀브루] Tranquilizer 무거운 발소리가 벽에 부딪혀 제 스스로를 마중하듯 돌아온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박쥐가 자신의 기척을 거리낌 없이 드러낼 장소라 하면 바로 이곳, 자기 집 정도다. 데미안은 몸 곳곳에 피 냄새를 짊어진 채 눈이 아프게 환한 모니터 앞으로 다가간다. 커다란 화면에는 이 도시의 안 좋은 소식들이 지치지도 않고 줄을 서서 흐르고 있다. 카울과 장갑을 벗어 컨트롤러 위에 아무렇게나 던진 뒤 털썩하고 의자 위에 주저앉았다. 그 사소한 충격으로 겨우 피가 멎은 옆구리가 지잉 하니 울렸다. 야옹— 데미안의 발치로 가느다란 짐승의 울음소리가 다가왔다. “알프레드.” 데미안의 답변에 고양이는 폴짝하고 가볍게 튀어 무릎 위로 올라왔다. 몇 번 제자리걸음을 하던 알프레드는 이윽고 안정적인 위치를 찾았는지 만족스런 표정으로 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