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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숲뱃전력 '손수 만든 요리, 앞치마 두른 그대' 굿즈, 특히 캐릭터 상품이란 대단하다. 클락은 눈앞에서 팬케이크를 굽고 있는 브루스의 등을 보며 생각했다. 아래는 클락의 트레이닝팬츠를 빌려 입었지만 상반신은 반라인 브루스는 상큼한 민트색의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클락이 메트로폴리스에서 자취하는 것으로 결정 나자 피트가 필요할거라며 장난삼아 넣어준 에이프런이었다. “자네 눈 색이랑 잘 어울려.” 클락이 시시덕거리듯 이야기하자 브루스는 고개를 살짝 돌려보다 코만 씰룩해 보이고 말았다. 앞치마가 가리지 못하는 브루스의 등은 훤히 드러나 그 움직임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클락은 그 사실 하나로 요리하는 배트맨을 앞에 두고도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주말이란 시간에 드물게도 짬을 내서 클락의 아파트에 머물다가는 브루스를 위해 실내는 난방이 돌아가고 있었다. 브루.. 더보기
[숲뱃] 12.12 전력 뒷이야기-선물 메트로폴리스 플라자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한발 앞서서 기념하며 온갖 장식들로 휘황찬란했다. 건물 밖을 꾸미는 자잘한 전구들은 흥겹게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고 로비 한가운데에는 장식을 아끼지 않은 아름드리 트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클락은 왠지 조금 기가 죽어서 트리의 꼭대기에 있는 별 장식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클락의 품 안에서 꽃잎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가 채 녹지 않은 꽃다발이 바스락하고 작게 소란을 부렸다. 클락은 미덥지 않은 걸음걸이로 반질반질 윤이 나는 대리석 바닥을 밟았다. 그나마 팔위에 곱게 개어서 걸어진 회색의 머플러가 클락이 이 장소에 와도 괜찮다는 증거인양 위안이 되었다. 클락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벽에 부착된 건물 내부 안내도를 바라보았다. 7501... 7501... 안내.. 더보기
12/12 숲뱃전력 '겨울옷' 사람들의 눈에는 지각되지 않을 빠른 잔상이 도시의 공중에서 건물의 틈새로 숨어들었다. 클락은 드물게 가쁜 호흡을 골랐다. 후우하고 길게 숨을 뱉은 클락은 서둘러 옆구리에 끼고 있는 가방을 열어 속을 확인했다. 다행히 가방 안에는 필요한 자료들이 제대로 자리하고 있었다. 불과 10km도 되지 않는 거리를 왕복하는 일은 클락에게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지만 손목시계를 들여다본 결과 클락은 출근시간에서 이미 20분 정도 지각을 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다시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가는 소동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전에 이 이상으로 더 수선을 부렸다간 회사 안에서 자신이 무언가 실수를 하게 될 것 같아 더더욱 그랬다. 오늘은 날짜가 바뀌는 순간부터 정신없이 바쁜 날이었다. 자정이 약간 넘은 무.. 더보기
[숲뱃] (미지의 무언가) 레드선의 숲이 이후 우주/차원 곳곳을 방랑한다. 방랑하던 레드선숲은 뱃을 만나 차를 마신다. 레드선숲이 크라임신디케이트가 있는 지구에서 생사를 오가며 골목에 버려진 브루스를 줍는다. 나이든 칼과 어린 브루스가 같이 방랑을 한다. ...이것은 무엇? 낮에 배트맨이 활동하는 일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웨인 매너 사유지 안에 정체모를 비행체가 불쑥 안착하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었다. 몇 번 목적을 묻는 통신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 모양인지 백색소음만 들릴 뿐 답은 없었다. 배트맨은 그 의문의 비행체 안에 있는 탑승자와 그의 목적을 알아야했다. 브루스는 평소의 고담 시로 향하는 쪽이 아닌 정반대방향으로 배트모빌을 몰았다. 저택을 둘러싸듯 심어진 사이프러스를 지나 다듬어지지 않은 풀길을 얼.. 더보기
[딕브루] 성장통 쿠운님께서 [숲뱃 또는 딕뱃으로 왼쪽이 뱃 때문에 쩔쩔매며 우는 것]을 리퀘해주셨습니다. 저는 딕브루가 떠올라 쓰느라 썼는데... 그랬는데...☞☜ 떨리는 손으로 남자의 손을 잡아보았다. 짤막한 진동이 딕의 다 자라지 못한 손을 타고 전해졌지만 그 작은 움직임은 시치미를 떼듯 금방 잠잠해지고 말았다. 꼭 고집스레 앙 다물린 남자의 입술과 같았다. 입술. 딕은 몽글몽글 열기가 오르는 눈으로 그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입술은 무뚝뚝했고 어쩔 때는 매정해보이기까지 했지만 지금 바라보니 분홍빛으로 혈색이 올라와있어 보기에도 부드러워보였다. 그 입술이 이제 코앞에 있다. 자신을 말릴 거라 생각했던 남자의 손은 얌전히 딕의 손안에 잡힌 채였다. 그와의 신장 차이를 생각했을 때 딕이 까치발을 들어도 조금 모자랄.. 더보기
10/31 숲뱃전력 '할로윈' 소년은 벽에 붙여 놓은 메모지와 신문 스크랩, 사진들을 주욱 훑어보고 있었다. 아이의 손이 몇몇 포스트잇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떼었다 붙였다하며 바삐 움직였다. 보기에 치기어린 탐정 놀음 같기도 한 소년의 수사보드-아이는 그렇게 칭했다-에는 엄연히 또렷하고 확고한 목적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수사보드는 조금씩이라도 착실하게 필요한 내용들을 충당해가고 있는 참이었다. 벽 옆에 밝혀둔 책상 스탠드 불에 아이의 파란 눈동자가 진지하게 빛났다. 브루스는 흠하고 생각에 잠겼다. 고담을 떠나 이 사립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지 이제 한 달하고 며칠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브루스의 머릿속에는 부모님을 삼킨 검은 도시가 여전히 생생했다. 이따금 문 밖에서 우당탕탕 하고 아이들이 복도를 뛰어다니는 .. 더보기
10/24 숲뱃전력 '노래' 늦은 아침. 캔자스 스몰빌에 위치한 켄트 씨의 집에는 고집스런 이마를 찌푸린 채 잠투정을 부리는 브루스 웨인이 있다. “아침부터 사람 잠 깨워서 수선을 떠는 이유가 뭐야?” 부엌에 있는 식탁 앞에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브루스는 퉁명스런 목소리로 타박하듯 물었다. 정돈하지 않아 어수선한 머리칼은 백발이었고 세월이 그의 얼굴에 그가 지은 표정들을 박제해놓았지만 여전히 잘 뻗은 콧날이나 감은 눈꺼풀 뒤에 빛나는 그의 시리게 푸른 눈동자는 언제고 서늘하니 정정했다. 조리대 앞을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이젠 아침이라기보다 점심이라 해야 옳을 식사를 준비하던 클락은 뒤를 돌아보며 느긋하게 웃었다. “더 자고 있어도 된다니까.” 클락의 온화한 말에 브루스가 힐끔 한쪽 눈을 떴다. 그 세파를 겪고 .. 더보기
[숲뱃] 다크나이트를 위한 머핀 (4/4) 클락은 브루스 대신 시계바늘을 돌려 동굴로 향하는 입구를 열었다. 브루스는 그것을 쳐다도 보지 않고 먼저 케이브를 향해 내려갔다. 브루스의 뒷모습이 동굴의 어둠 속으로 점점 잠기는 것을 클락은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켠 후 그 그림자를 따라갔다. 브루스는 손짓으로 클락에게 배트맨 복장을 가리켰고 클락도 별 말 없이 그의 지시에 따라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는 동안 브루스는 작업대 앞에서 달그락하는 작은 소음을 내며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말 한마디 오가지 않았다. 클락은 배트맨의 카울을 손에 쥐어보았다. 박쥐를 본 뜬 그 가면에는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혀있었다. 클락은 그 주름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려보았다. 하, 하고 짧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런 클락의 앞으로 어느 새 .. 더보기
[숲뱃] 다크나이트를 위한 머핀 (3/4) 네, 아버지. 저는— 서늘한 온도를 띤 햇볕에 브루스는 눈을 떴다. 열리는 눈꺼풀 사이로 스며든 빛줄기에 머릿속에 자리하던 자신의 목소리는 형체가 허물어졌다. 아버지, 꿈속에서 아버지를 볼 수 있었나? 얼른 그 기억의 끝을 잡아보려 했지만 흐르는 바람을 움켜쥐듯 손아귀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기억의 빈 공간만큼 가벼워진 머리에는 그저 새로운 하루의 광경만이 또렷했다. 채 데워지지 못한 아침 공기가 코끝을 스쳐 지났다. 막 일어난 몸은 가벼운 추위를 느낄 테지만 브루스를 감싸듯 둘러진 단단한 팔 덕분에 브루스는 안전한 온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브루스는 슬쩍 옆을 돌아 잠 속에 빠져있는 클락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생리적으로 크립토니안인 그에게 이런 행동은 큰 의미가 없을 테지만 그는 습관적으로 잠이 들.. 더보기
[숲뱃] 다크나이트를 위한 머핀 (2/4) 브루스가 클락에게 부탁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고담에서 활동이 불가능한 브루스를 대신해 그가 짐작하는 문제 원인에 대한 단서를 조사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러는 겸 덤으로 도시의 패트롤이었다. 브루스의 말에 클락은 눈을 껌뻑였다. “왜?” “아, 아니. 진짜? 진짜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 “보이는 게 없는데 돌아다녀봐야 소용이 없잖아.” 브루스는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는 듯 잘라 말했다. 그가 한 이야기에는 이상한 점도 불합리한 점도 없었다. 심지어 지극히 평범한 의견이었고 일반적인 대안이었다. 클락은 바로 그 점에 놀라고 있었다. 브루스가 자신의 본업에 대해 보통 사람들처럼 대응하다니! 클락은 오늘 하루 몇 번째인지 모를 놀라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클락은 알프레드가 운전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