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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뱃] 내가 아는 당신 ※DCEU 설정입니다. 대충 연하클락, 연상브루스 클락으로서는 선뜻 이해가 안 되는(원리적인 측면보다 근본적인 면에 있어) 장비들을 작업탁자에 죽 늘어놓은 채 쇳조각들을 만지작거리며 헝겊으로 닦고 연마기에 대어 갈기도 하며 브루스 웨인은 제 도구들을 정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런 그를 클락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의자에 앉아 구부정하게 몸을 구부려 책상에 기대어 뚱하니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제 이런 광경이 별난 것이 아니 게 된지도 날이 제법 되었다. 클락은 손으로 제 뺨을 받친 채 성의 없이 근처에 놓여있던 신문조각을 대충 뒤적여보다가 픽 하니 코웃음을 치며 손가락을 튕겨 얄팍한 종잇장을 저쯤으로 치워냈다. 곁에 있는 사람이 그러건 말건 브루스는 설치된 돋보기 렌즈에 얼굴을 가져간 채 실린더의.. 더보기
[웨인부부(마사&토마스)] M takes a mistake ※다크나이트 오브 스틸 #1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불륜을 소재로 한 이야기 입니다 ※궁정물? 이런 소재에 익숙지 않아 문체가 평소보다 더욱 어색합니다 ※내 안의 디씨가 강한 글러 탓에 원작 왜곡과 파괴가 심합니다 달빛의 어스름마저 없는 장막 같은 밤이었더랬다. 그림자의 이불을 덮고 성곽도 잠이 들어버린 시각에 웨인 공작부인은 새벽의 이슬이 내려앉은 듯 물기가 남은 머리카락을 하고 얇고 기다란 잠옷만을 걸친 채로 복도를 걸어갔다. 야심한 중에 공작부인의 허술한 차림은 어딘가 처연하고 안식을 잃은 유령처럼 창백하게 보였지만 그의 반듯한 허리와 다부진 걸음걸이에서는 운명을 지어가는 자의 고집이 엿보였다. 신뢰할 만한 이가 귀한 이 웨인의 성에서 아닌 중에 바깥을 거느리는 주인의 행보에 의문을 가지는 가신은 복.. 더보기
[아울뱃] 박쥐의 이름으로(1/?) ※형아 토마스가 나옵니다. 대학생 브루스는 마법소녀? 비슷한 기작으로 배트맨을 합니다. ※원작 뽀샤뽀샤, 생각 안 하고 글씁니다.(혹시 엉뚱하게 생각 하더라도~ 깜찍하니 이해해줘잉~ 더보기
#아무말선택지_뱃른 남자는 눈을떴다. 그의 시선에 >낯선 장소가 들어온다. 채 풀리지 못한 피로탓인지 고요함에도 귀가 아리다. >마치 쉬라는듯 주위는 얇은 천이 둘러져있다. 축 늘어지는 몸을 억지로라도 일으켜 앉아본다. 그 인기척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처럼 누군가가 천을 조용히 들추었다. >"몸은 어때?" 청년이 묻는다. 피로는 익숙한 통증처럼 온몸을 간질였지만 브루스는 그저 설게 고개를 끄덕였다. >삐땃하게 선 청년이 마뜩잖은듯 브루스를 본다. 브루스는 그의 시선에 조금 멋쩍어졌다. >무언가 말하려 해보지만 발성이 되지 않는다. 몇 번 아아하고 목에 손을 대고 시도해보지만 역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걸 지켜보던 청년이 듣기에 뾰로통하게 말했다. >"말하려 하지 마." 청년은 브루스 옆으로 다가와서 외상없는 목주변을 눈.. 더보기
[숲뱃] Moriae Encomium ※숲뱃 7대죄악 합작에 '오만'으로 참여했던 글입니다. ※루님과 트위터에서 나누었던 타래를 기반으로 써진 글입니다. 신의 혼례가 있는 날에는 고독하리만치 새하얗던 신전을 경사로움을 알리는 붉은 비단이 장식했다. 제 신의 경사를 축복하기 위해 기특하게 몰려온 신민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숨 한 톨 허투루 쉬지 않아 고요했는데 그 적막을 나풀나풀 흩날리는 붉은 천의 물결이 시각적으로나마 채워주었다. 칼엘의 부름을 기다리면서 브루스는 제 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세상의 침묵을 들었다. 햇빛마저 미끄러져 나가버리는 피부는 생을 얻지 못한 석고상 같았고 그마저도 얇은 밤하늘과 같은 기다란 베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씌워져서 브루스의 몸뚱이는 마치 이 세상에서 똑 떨어진 조각으로 보였다. 꼭 외계에.. 더보기
[딕브루] 당신으로 귀결되는 나 ※배트맨 웹 온리전(Chase Bat) 참가글입니다 닫은 눈꺼풀 위에 부서지는 아침 해가 선명해 딕이 눈을 뜨면 어린시절부터해서 그리 낯설지 않은 침실 풍경이 앞에 있었다. 방주인의 고집 탓인지, 집사의 한결같음 덕인지 딕이 가진 최초의 기억과 비교해도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공간이었지만 이 풍경과 향취 속에 머무르고 있어야할 인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침대 옆 협탁 위에 높인 탁상시계가 여덟시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찡그린 눈으로 확인한 딕은 심통 맞게 빈자리를 팔로 휘적여 보았다. 그래보아야 없는 인물이 갑자기 생겨날리 없었고 이 세계의 어떤 말도 안 되는(하지만 가능성 있는) 작용에 의해 조그마해진 그가 딕의 손을 다급하게 붙잡으며 또 다른 이슈의 서막을 알리는 일 역시 애석하게도 없었다. 물론 딕.. 더보기
[뱃른] 엽서리퀘 3건 당신을 기다리는 밤 커플링: 슈퍼맨/배트맨 for. 헤일리님 새벽의 어스름을 동쪽에서 햇빛이 들어 올릴 때면 남자는 마치 제 온몸의 혈관을 따라 잔 전기가 들끓는 듯이 간지럽게 활기가 샘솟아 이윽고 너무나도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밖에 없노라 고백했다. 어느 날인가 바지런히 출근을 준비하는 클락이 얄미운지 야속한지해서 졸음이 퉁퉁 부어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브루스가 심통을 부리자 커튼을 잘 닫아주며 속삭여주었던 말이었다. 이 태양계의 노란 태양이 저물지 않는 한(어쩌면 설령 이 항성계가 망한다고 해도 다른 항성의 광선이 또 그와 비슷한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클락은 그가 지치다고 인지했든 말았든 늘 에너지로 가득 차있을 테다. 그것이 이제껏 단 한 번도 부러웠던 적이 없었노라고 한다면 거.. 더보기
[숲뱃] 기쁘다, 구주오셨네 로드 세계관 이후의 6차원 숲/오메가 블블님 리퀘스트[둘이 로드였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났을 때 돌아온 화골숲을 보고오메가가 무너지듯 울면서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장면] 시축이 얽히고설켜 하나의 점으로 정지해버린 곳에 나이든 박쥐는 유폐되었다. 아직 남자의 감각이 온전한 것이 맞다고 한다면 뜨여있을 제 두 눈동자의 망막을 좀먹을 듯 깊게 퍼지는 암흑 속에서 브루스는 극도의 폐쇄감과 동시에 무중력 상태에 가까운 부유감을 느꼈다. 통증을 달고 살기 시작한 나이든 몸뚱이가 그가 친숙하다 여겼던 어둠에 짓눌리어 곤죽이 되어버리는 것 같았고, 갈기갈기 찢겨져 여기저기 자신의 것이었던 고깃덩어리들이 산재하는 것도 같았다. 예전에 실험체를 자처하여 들어갔던 구덩이보다도 더 지독한 암흑이 브루스의 시신경을 시작해서 모든.. 더보기
[뱃른] 엽서리퀘 2020년 할로윈 기념 엽서리퀘입니다. 기다려주셔서 고마워요😘💕 1. I Hate You, You Hate Me. 리퀘스트: [너는 날 좋아하지 않잖아, 안 그래?] 어린이 할뱃 AU 아이들의 왁자함과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끝난 운동장은 조금은 쓸쓸해 보일 정도로 조용했다. 아이 두 명이 시간 뒤에 남아 운동장 위를 굴러다니는 매트며 공을 치우고는 있었지만 그 둘이 퍽 데면데면한 거리에서 한 마디 이야기도 없이 심통 맞은 얼굴로 꾸역꾸역 돌아다닐 뿐이어서인지 더더욱 그랬다. 할은 제가 주워서 수납통에 넣어야할 소프트볼을 무성의하게 팡 하니 차서 운동장 가장자리로 굴려 보냈다. 저쯤에서 발야구 때 사용한 매트를 치우는 중인 브루스는 할이 한 행동을 알아차린 듯 했지만 그저 귀찮은지 제 할 일에만 코를 .. 더보기
[뎀브루] Ode to My Father ※폭력이 묘사되며 날조가 심합니다. ※제목은 크랜베리스의 'Ode to my family'에서 가져왔습니다. 얼굴에 마스크를 뒤집어쓰거나 오색이 요란한 괴짜들에게 더 이상은 좌지우지되지 않겠다며 새로이 부임한 시장이 야심만만하게 ‘네오’라는 단어씩이나 앞머리에 붙인 도시에서 과거에는 하루라도 그 이름이 가십지나 언론에 오르지 않는다면 서운할 유명인사가 오랜 지병이었던 심장병으로 세상을 뜨고 젊은 시절의 명성이 무색할 만큼 초라하고 쓸쓸한 장례를 치른 지가 이제 반 년 쯤이 지나갈까 한다. 하지만 네오고담을 운운했던 시장 맥캐넌이 약물남용과 마피아와의 유착관계가 드러나 임기를 못 채운 채 퇴임하였듯이 이 도시의 밤은 언제나 그렇듯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와 드문드문 터져 나오는 총성으로 얼룩져있었으며 사이사이.. 더보기